■ 절굿대

흔히 자연은 무궁하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러하다. 절굿대를 보면 더욱 그 점을 느낀다. 꽃잎을 가진 큼지막한 꽃송이들이 달린 꽃임에도, 지금까지 상상했던 모든 꽃의 모습을 한 단계 뛰어넘는 톡톡 튀는 모습이다.

아주 작은 꽃들이 공처럼 동그랗게 달리는데 처음 꽃봉오리는 뾰족뾰족한 연보라색 새싹들이 삐죽삐죽 올라오는 듯한 모양으로 이루어져, 마치 천장에 매달아 놓으면 반짝반짝 불이 들어 올 것 같은 유리 장식처럼 생겼다.

이내 꽃들이 한 송이씩 벌어지기 시작하면 5갈래로 갈라진 꽃잎이 펼쳐져 고운 레이스로 만든 새로운 장식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 절굿대는 사는 모습도 특별하다. 흔히 볼 수 없는 식물이지만 산에 양지 바른 풀밭에서 키를 쑥 올려 자라는 모습은 참 근사하다. 그곳이 남도의 바닷가라도 된다면 더욱 멋진데, 먼 바다를 바라보는 듯 서서히 자라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절굿대에 생각이 있고 마음이 있어 누군가를 하염없이 그리워하여 저리 색깔이 서늘해졌을까 싶기도 하다.

절굿대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키는 우리의 허리 높이쯤 혹은 어께 높이쯤 자란다. 가지엔 흰 솜털이 달려 흰빛이 나고 진한 초록빛 잎새의 뒷면도 그러하다. 긴 타원형의 큼지막한 잎은 가장자리가 여러 번 깊이 갈라져 독특하고 그 가장자리엔 가시도 있다.

어찌 보면 엉겅퀴잎 같지만 그보다는 순한 느낌이다. 작은 꽃들이 모인 둥근 꽃차례는 정말 유리장식처럼 지름이 5cm 남짓이다. 여름내 피고 지금처럼 가을이 다가와도 여전히 볼 수 있다.

절굿대란 이름은 꽃도 다 지고 누렇게 남은 모습이 말그대로 방아찧는 절굿대 같아서 붙은 이름이란다. 가을의 끝머리에서 만나는 절굿대의 그 쓸쓸한 모습도 왠지 분위기가 있을 듯한 느낌이다. 올가을엔 꼭 확인해 봐야지.

절굿대는 다른 이름으로 개수리라고도 하며 둥둥방망이, 분취아재비라는 재미난 별칭도 있다. 예전에는 누로라고 하여 뿌리를 약으로 쓰기도 했다. 주로 열을 내리거나 해독작용, 지혈제, 젖을 나오게 할 때 사용했다.

요즈음엔 이 식물에서 이름을 딴 에키놉신이라는 성분을 뽑아 약으로 사용하는데 주로 안면신경마비를 비롯한 신경관련 증상, 정식적 육체적인 피로 증상, 병후의 신경쇠약 등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들이 있다.

저혈압과 말초신경의 재생을 촉진한다고도 한다. 언제나 이야기지만 이런 전문적인 처방은 반드시 전문가의 지시를 받아야 할 것이고 우리에게 당장 유익한 정보는 봄에 나는 어리고 연한 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관상용으로 키워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 이 식물의 특성을 잘 살리면 아주 현대적인 정원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긴 개화기도, 장점이 될 것이다. 이미 서양에서 들어온 여러 화훼류 중에 에키놉스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서양절굿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절굿대가 피고지는 저 멀리 들녘에 부는 가을 바람이 그립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