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누린내풀

참 별스런 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화도 소박함과 안온함의 미덕에서 이제는 튀는 것을 지향하는 세상으로 탈바꿈해 독특함이 더 이상 별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 풀은 참 별나다. 하지만 그 특별함이 모두 어우러져 아름다운 풀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우선 사는 곳을 보면, 이 풀은 예측하고 기대하는 곳에는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다. 보기 드문 희귀한 식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이 풀과의 조우는 급작스럽다. 어느 산행길, 숲 어귀에서 불쑥 꽃을 피워 눈길을 잡는다. 한 무더기씩 모여 피는데다가 일단 꽃이 피면 그 남색의 꽃빛이나 모습은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린내풀이라고 생김새에 걸맞지 않은 이름은 식물체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유쾌하지 않은 냄새를 한번 확인하고 나면 그 냄새에 이름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린재풀, 구렁내풀이라는 별칭도 있다. 별명까지 모두 이런 것은 식물의 냄새가 그 고운 모습을 다 덮고 가장 상징적인 특징이 될 만큼 고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누린내풀은 마편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은 마주 달리는데 넓은 달걀형으로 넓적하고 크다고 느껴진다. 가장자리엔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여름에 핀다.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부터 참 예쁘다. 마치 남보라색의 둥근 구슬을 크기대로 매어단 듯 봉긋하게 부풀은 꽃봉오리들이 줄기 끝은 커다란 원추형 꽃차례 여기저기에 달린다. 이내 꽃잎이 벌어진다. 위쪽 꽃잎과 아래쪽 꽃잎이 크게 완전히 벌어진다.

마치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듯. 특히 아랫 입술에 해당하는 꽃잎이 아주 크고 도드라진 모양이 되고 안쪽에 흰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점점의 얼룩이 무늬처럼 자리한다. 암술대와 더불어 크게 자라 올라온 수술도 특별하다. 어떤 이는 이 모습이 예전 어사가 되어 꽂는 어사화를 닮았다고 하는데 모자에 길게 올라와 늘어진 느낌이 비슷하다. 수술 끝에 꽃밥도 매어 달려 장식처럼 느껴진다.

열매 모습도 독특한데 꽃받침이 열매보다 조금 높게 올라와 마치 예쁜 그릇에 4개의 방을 나누어 씨앗을 담아 놓은 듯 귀엽다.

한방에서는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초를 화골단이라고 불렀는데 열을 내리고 두통을 줄여주고 가래를 삭혀주는 등 여러 증상이 기록되어 있다. 주로 피임제, 이뇨제, 기관지염, 복통에 쓰였다고 한다.

관상용으로 쓰기는 다소 어려울 듯하다. 꽃이 독특하니 심어두고 보는 일도 좋고, 꽃잎으로 압화라도 만들면 좋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그 냄새로 인하여 다루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하긴, 식물에 따라서는 사람들은 냄새를 역하게 느껴도 다른 향기와 섞이며 그 향을 살리는 효과를 주는 매우 중요한 향료원이 되는 것도 있다는데 혹시 누린내풀은 어떨지 모르겠다.

누린내풀을 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든다. 아무리 아름답고 개성이 넘쳐도 풍겨나오는 향기가 좋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람도 내면에서 풍겨 나오는 인품의 향기가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 한편으로는 자연은 언제나 이렇게 무궁하고 다양한데 그 가운데 어떤 모습을 담고 살아가는지는 우리의 몫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달력을 한 장 남겨 놓은 지금 우리가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모습으로 지내왔는지 되돌아 볼 때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