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광나무

항상 푸르고 항상 반짝이는 것은 무엇일까? 나무로 치면 광나무이다. 이름 그대로 생각하면 그렇다.

넓은 잎을 가지는 활엽수이면서도 늘푸른 상록수이고, 그 두터운 잎에 광택이 나서 이름도 "광나무"니 연말연시가 눈앞에 다가와 춥고도 들뜨는 이 계절에 광나무보다 더 어울리는 나무가 무엇일까 싶다.

하지만 광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아무래도 꽃 피는 한 여름이다. 나무가지 끝에서 순백의 아주 작고 고운 꽃들이 모이고, 다시 모여서 전체적으로 큼직한 복총상꽃차례에 달려 향기를 풍겨낸다. 생각해보면 이 겨울에 무더운 여름날의 시원스런 광나무의 꽃 생각이 휴식이 될 수도 있겠다.

광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소교목이다. 우리나라에선 남해안과 섬지방 그리고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난대수종이다.

큰 꽃차례를 이루는 아주 작은 꽃들을 보면, 중부지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쥐똥나무의 고운 꽃들과 아주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쥐똥나무는 낙엽이 지는 나무이지만 같은 집안 식구여서 꽃모양이 비슷하다.

물론 열매도 비슷하다. 길이가 7~10mm정도 될 만큼 좀 더 크고, 보라색이 도는 검은색이며 겨울내내 볼 수 있어 좋다. 마주 달리는 잎도 큰데 길이가 3~8cm쯤되는 타원형이다. 상록성이니 당연히 두껍고 질기다.

광나무는 꼭 자생지가 아니더라도 남부지방에 가면 줄지어 조밀하게 심어서 생울타리나 수벽(樹壁)을 만들기도 하고, 공원이나 정원에 심기도 한다. 아주 크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어서 여러모로 적절하다. 때론 가로변에도 심지만 큰 거리의 가로수가 되기에는 키가 작고 수형이 따르질 못한다.

한방에서는 제법 유명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뿌리나 잎 등 여러 부분을 약에 쓰지만 특히 열매를 여정실(女貞實)이라고 하여 말려서 사용하는데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허리와 무릎은 강화한다.

허한 기력을 회복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하여 강장약을 비롯하여 매우 다양한 증상에 처방이 나와 있다. 민간에서는 종기가 나면 이 나무의 잎을 삶아 바르기도 한다고 한다.

속설에 의하면 여성들이 이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피부도 고와지고 마음도 잘 다스려 질투심이 없어져 여자에게 이롭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여자에게 이로운 건지 남자에게 이로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야말로 전해지는 속설이다. 쥐똥나무는 이에 반해 남정실이라고 한다.

제주도엔 아주 비슷한 나무로 제주광나무가 있다. 사실, 남쪽의 상록수림이 낯설은 육지의 사람들은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어려운데 제주광나무는 광나무에 비해 키도 커서 많이 자라면 10m까지도 크고, 잎은 맥이 보다 뚜렷하고, 열매는 겉에 홈이 생겨서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광나무는 늘푸른 나무들이 통상 주는 느낌처럼 홀로 서서 의연하고 굳세고 강인한 느낌보다는 이런 저런 나무들 틈에 어울려 산다. 그러면서도 늘 푸를 수 있고 향기로울 수 있으며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빛날 수 있으니 한 해를 보내며 한번쯤 생각해 볼 나무임에 틀림없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