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페기 구겐하임 지음/ 김남주 옮김/ 민음인 펴냄/ 1만 1000원) 外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페기 구겐하임 지음/ 김남주 옮김/ 민음인 펴냄/ 1만 1000원

컬렉터의 역할이란 어떤 것일까. 세기의 컬렉터, 구겐하임은 1960년대 뉴욕 미술계가 '거대한 투기사업'으로 변하던 그때, "보물을 보존해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 컬렉터의 의무라고 말했다.

'좋은 밭을 만들기 위해선 이따금 놀려 두어야 하지 않는가! (중략) 지금으로서는 20세기가 배출해 낸 이들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피카소, 마티스, 몬드리안, 칸딘스키, 클레, 레제, 브라크, 그리스, 에른스트, 미로, 브랑쿠시, 아르프, 자코메티, 립시츠, 칼더, 페프스너, 무어 그리고 폴록에 말이다. 지금은 창작의 시대가 아니라 수집의 시대다. 우리가 가진 위대한 보물을 보존해 대중에게 보여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193~194페이지)

물론, 그녀가 처음부터 이런 의식을 가진 컬렉터는 아니었다. 페기 구겐하임(1898~1979)의 사망 30주년을 기념해 자서전이 국내 첫 출간됐다.

책에서 그녀는 현대미술의 경향을 구분할 수 없었던 문외한인 자신에게 초현실주의와 추상미술, 입체주의의 차이를 가르쳐 준 것은 마르셀 뒤샹이었노라 고백한다. 책은 그림을 사본 적도 없던 페기가 뒤샹의 조언 아래 현대미술에 입문하고 이후 미술에 중독돼 현대미술계의 전설적 컬렉터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이 솔직한 문체로 이어진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의 대표적 소장품 중 하나인 마리노 마리니의 기마상에 얽힌 이야기, 세 번째 남편인 막스 에른스트와의 사랑, 브랑쿠시와 칸딘스키, 장 아르프, 헨리 무어, 알렉산더 콜더, 잭슨 폴록 등 수많은 현대미술 대가들과 교류했던 내용뿐 아니라 부유했던 집안 내력과 타이타닉호 침몰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이야기 등 개인사까지 이야기가 가감 없이 소개된다.

이 사적인 고백은 20세기 미술사와 맞물린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 변의 대저택을 개조해 만든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기실 베네치아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고, 이는 그녀가 "하루 한 점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수집한 현대미술 컬렉션 덕분이 아닌가. 그녀의 삶에 미술애호가들이 단순한 흥미 이상의 관심을 갖는 이유다. 이 책과 더불어.

■엉클 톰스캐빈

해리엇 비처 스토 지음/ 마도경 옮김/ 작가정신 펴냄/ 4만 2000원

프랑스 출판그룹 아셰트(Hachette)가 고전문학을 엄선해 일러스트를 더한 '아셰트 클래식 시리즈' 두 번째 책의 완역판. 노예제도 논쟁이 한창이던 1853년 출간된 <엉클 톰스 캐빈>은 출간 첫해 30만부 판매고를 기록하며 남북전쟁의 불씨를 댕긴 문제작이다. 19세기 노예무역과 이들의 생활상을 물론 노예제도를 둘러싼 정치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이번 한국어 완역판에는 크리스티앙 하인리히의 그림을 덧붙였다.

■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자음과 모음 펴냄/ 1만 1000원

<루이뷔똥>, <타잔>, <그린핑거>등을 발표한 김윤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복잡다단한 한국의 부동산문제를 발랄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자산가의 미션을 맡아 사연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수빈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자본이 곧 힘인 한국사회에서 따뜻한 정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다.

■안녕, 싱싱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사계절 펴냄/ 8800원

중국작가 차오원쉬엔의 중단편 소설집. 아버지와 함께 풍차를 관리하게 된 소년 얼바예즈의 이야기를 실은 단편 '야풍차'를 비롯해 '열한 번째 붉은 천', '흰 사슴을 찾아서' 등 중단편 4편이 엮였다. 표제작인 '안녕, 싱싱'은 순박한 시골 소년 싱싱의 가슴 떨리는 첫사랑을 수채화처럼 그려낸 단편 소설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