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당신 없는 나는?> 최근 출간… 집필 중 해외 방문 자제 깨고 첫 방한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의 소설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35)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12일 저녁, 예스24 주최로 가진 독자와의 만남 행사장에서 기욤 뮈소는 "원래 집필 중인 작품이 있을 때는 해외 방문을 자제하는데 한국은 예외였다. 2~3년 전부터 한국 독자들의 이메일과 편지를 받고 있어서 이번 방한 제의에 기꺼이 응하게 됐다"고 인사했다.

"친한 친구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방한할 때마다 한국에서 내가 정말 인기가 많다고 전해주기도 했어요."

2001년 소설 <스키다마링크>로 데뷔한 기욤 뮈소는 영화 같은 묘사와 스피디한 전개로 프랑스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30여개 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작가는 "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작가라기보다는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라며 "내가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사랑, 고통, 연민, 죽음, 열정 등의 주제들은 모든 문화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소설을 통해 인간의 상처 극복 능력에 대해 많이 다루려고 합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신체적인 아픔 등 여러 트라우마를 겪는데,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는 편예요."

그의 작품들은 판타지, 스릴러, 러브스토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혼합돼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영화 같은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존 말코비치 주연의 영화 <애프터워즈(Afterwards)>는 그의 소설 <완전한 죽음>을 원작으로 한 작품. 기욤 뮈소는 "어머니가 도서관 사서였기 때문에 어릴 때는 플로베르, 도스토옙스키 등 고전을 섭렵했고 나이가 들면서는 드라마 시리즈, 만화, 영화를 비롯해 영상문화를 즐겨 접했다"며 "전통문화와 영상문화를 동시에 수혜한 체험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 출간된 <당신 없는 나는?>에서 '오문진'이란 한국 여성을 등장시킨 데 대해 뮈소는 "한국 독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의미로 한국 인물을 등장시켰다"며 "언젠가 한국 여성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도 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등 감각적인 제목이 언제나 인상적이다. 제목은 미리 정하고 집필하나?

"제목을 정하는 건 작품마다 다르다. <구해줘>는 소설 쓰기 전부터 생각한 제목이다. 이처럼 제목을 먼저 적고 쓰기도 하고, 여러 후보를 두고 고민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 가족과 함께 결정하기도 한다. 물론 최종 선택하는 건 작가인 나다."

- 당신의 소설은 각 장마다 명언 등 다른 사람의 짧은 글을 인용해서 시작한다. 언제부터 이런 방식을 생각했나?

"명언을 모은 건 15살 때부터다. 소설 읽고, 노래 듣고, 영화 볼 때 수첩에 적거나 노트북에 저장해서 지금은 꽤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구절을 보내준다. 소설에서 내가 언급한 명언과 작품, 작가를 찾아 읽는 독자를 보면서 '내가 문화전달자로서 역할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낀다."

- 발표하는 작품마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찾는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경험에 의해서, 내가 현실 세계에서 본 걸 픽션으로 옮길 수도 있고, 관찰한 것을 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나는 타인에게 상당히 관심이 많고, 타인이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에 관심이 많다. 카페에서 연인이 싸우면 상상하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노트북에 메모한다. 수백 개 메모가 모여서 '마이크로 스토리'가 조합이 되면 어느 순간에 진정한 이야기로 탄생하게 된다."

-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나 작가 있나?

"글을 쓰게 된 계기는 15살에 프랑스어 선생님이 소설 경시대회를 제안했다. 당시 모든 학생이 소설을 써서 앞에 나가 읽고 점수를 매겼는데, 1등을 했다. 이때 소설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즐거움이 된다는 걸 경험했다.

영감을 준 소설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다. 사랑의 열정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사랑의 우울한 측면, 암흑, 파괴적 측면을 다룬 책으로, 최근 <트와잇라잇2>에서 언급되면서 젊은 독자에게 다시 각광받고 있다. 덧붙이자면, <폭풍의 언덕>은 19세기 영국의 작은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는 여성이 썼다. 놀라운 것은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이 사랑의 진정성을 썼다는 거다. 경험하지 않아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도 마찬가지다. 소설 집필 당시 발자크는 아버지가 아님에도 부성애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그리고 있다."

- 각 소설을 보면, '아이팟' 등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브랜드가 등장한다. 제품 브랜드를 등장시킴으로써 생생함을 느낄 수 있지만, 한편으로 피피엘(PPL; Product Placement) 아닌가?

"내 소설에서 브랜드가 등장한다. 일부 순수주의자들의 경우에 작품에서 언급하는 걸 기피하는데 나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이런 브랜드를 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브랜드는 제 작품을 현실세계와 연결시키는 방안이기도 하다. 작품의 초현실주의적인 면을 신뢰하게끔 하는 장치가 브랜드다. 물론 언급을 한다고 해서 내가 1유로도 받은 적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거다."

- 당신의 작품에는 동양적 사고나 접근방식이 두드러진다.

"가끔 독자들이 동양적이거나 불교적인 접근방식을 언급한다. 실제로도 나는 불교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카르마, 윤회 등 새 삶을 사는 데 상당히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후에 다시 일어설 힘을 가진 것이라고 본다."

- 당신 작품이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 있나?

"<사랑을 찾아 돌아보다>를 추천한다. 자신이 삶을 살면서 겪었던 최악의 하루를 다시 살면서 왜 그날 자신이 남들에게 미움을 받았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앞서 말한 불교의 윤회와도 맞닿아 있다. 이 작품이 영화화되어서 화면을 통해서 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