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가 평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출판사는 종종 책 속에 악보나 컴필레이션 CD를 포함하지만 어려운 악보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앨범에 대해서는 음반사에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하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따라서 여러 음악가를 한 책에 소개한 다이제스트 형식이 아닌 본격적인 평전은 음악에 좀 더 깊이 빠져보고자 하는 이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선택의 범위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클래식 음악가에 대한 책을 펴낸 곳은 음악 전문 출판사인 음악세계다. 모차르트가 두 권으로 간행되어 총 25명의 작곡가의 예술과 생애가 26권 시리즈로 나와있다. 일본의 음악지우사에서 펴낸 <최신 명곡해설 전집>을 <작곡가별 명곡해설 라이브러리>로 번역해서 출판한 것이 벌써 8년 전이다.
당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던 1979년 판 음악지우사의 <최신 명곡해설 전집>은 클래식 음악에서의 세부 장르(관현악곡, 실내악곡과 같은 분류)를 나누어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문화예술서에 포커스를 맞춘 마티에서 지휘자 '브루노 발터'와 '푸르트 벵글러' 평전이 간간이 출판되거나 안 그래픽스는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장인 '사이먼 래틀'의 음악인생 과정을 인터뷰로 추렸다.
생각의 나무와 을유문화사에서는 클래식 음악가뿐 아니라 예술가와 철학자를 망라한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생각의 나무의 '테이크아웃 클래식 시리즈'는 지금까지 12권의 책을 펴냈고 곧 2권의 책을 추가한다.
이 중 클래식 음악가는 세 명이다. '모차르트', '베르디', '바그너'. 시리즈 명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문화예술 시리즈를 강조하는 만큼 표지에 인물들의 얼굴은 캐리커처로 그려졌다. 작곡가의 생애보다는 작품을 흥미롭게 서술하는 데 공을 들였다.
중견 출판사 을유문화사는 '현대 예술의 거장'시리즈로 클래식 음악가들과 조우한다. 20세기에 활동한 예술가들이 시리즈의 주인공들로 지금까지 출판된 20권 중 클래식 음악가들은 4명이다. 매끄러운 번역과 집필, 그리고 고급스러운 편집이 돋보인다. '스트라빈스키'를 제외하고는 모두 번역서이고 레퍼토리도 지휘자 '토스카니니'와 '다니엘 바렌보임', 그리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까지 지휘자와 연주자로까지 확장된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말러'가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다.
클래식 레이블의 장점은 책 속에 포함된 두 장의 CD와 낙소스 웹사이트 무료 이용권에서 최대치로 발휘된다. 위대한 두 명의 작곡가의 평전에는 피아노 협주곡, 교향곡, 오페라 아리아 등이 20여 곡 내외로 두 장의 음반에 나뉘어 담겼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위대한 작곡가인 동시에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는 그들이지만 작가 제러미 시프먼은 지루하지 않게 그들의 삶과 음악을 풀어낸다. 일반 독자들을 위해 쓰였다는 이 책은 육필 악보를 제외하고는 작품 설명을 위해 악보를 넣지 않았고 그들의 천재성에 찬탄으로 일관하지도 않았다. 작가의 말대로 차분하고 참신한 해설을 곁들이며 기존의 많은 전기의 결점들을 극복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음악가가 살던 시대 분위기를 살피는 것으로 평전은 시작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세기의 음악 천재가 태어난 1756년은 유럽을 뒤흔든 '7년 전쟁'이 시작된 해라는 설명부터 하인 정도로 여겨졌던 궁정 음악가의 지위와 실망스러운 봉급 조건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듯하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부분들을 짚어준다.
오로지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에만 확대경을 들이대는 것과는 달리 유럽 역사의 연장선에 놓인 예술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외에도 연표와 음악용어, 두 장 CD에 담긴 음악에 대한 해설 등이 섬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