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고] 천양희 시인의 CEO들이 동료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함축한 '어깨동무'

1,000kg 보다 무거운 1g. 수백만 톤(t) 분량의 수많은 언어로 설명되어지는 그 어떤 감동보다 때로는 단 1그램(g)에 불과한 한 개의 시 구절이 마음 깊이 각인되면서 매료될 때가 많다. 그만큼 시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CEO 취재를 많이 해 본 때문인지 'CEO는 詩를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는 시를 통해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경영의 근본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윤을 얻는 것인데, 시가 바로 절제되고 제한된 언어로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는 대표적 장르다.

한정된 언어 속에서도 가장 적합한 단어와 시 구절을 끄집어내어 무한 감동을 주기 위해 고뇌하는 시 창작 과정은 최소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 최대 효과를 얻을 것인가를 고심하는 CEO의 경영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기업에서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 감성경영, 상상력과 창조적 발상 같은 것도 시 속에 잘 함유되어 있다. 경영 측면에서 본다면 시는 그야말로 CEO들이 벤치마킹 대상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도 CEO 인터뷰를 하러 갈 때 시집을 자주 선물했었다. 가장 많이 선물했던 시집은 다름아닌 천양희 시인의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이다. 책이 절판되어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점은 지금도 아쉬울 따름이다.

처음 이 시집을 읽은 것은 지난 2002년 10월 20일 종각역 근처에 있는 한 서점에서다. 저자인 천양희 시인이 누구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지만 처음 시집을 다 읽었을 때 '어! 이거 CEO들에게 선물줬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먼저 떠올랐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여러 시 중에서도 '어깨동무'라는 시에 책갈피를 꽂고 CEO에게 읽어볼 것을 자주 권유하곤 했다.

많은 CEO들이 동료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하면 바로 '어깨동무'라는 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서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여전히 'CEO=성공'이냐는 등식에는 물음표지만, 좋은 CEO는 동료 직원들에게 시소(?)를 잘 타게끔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에는 적극 공감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소(SISO)는 Success In Success Out을 말한다. 성공을 넣어야 성공이 나온다는 뜻인데,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위기에서도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희망을 심어줘야 실제에서도 그렇게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메시지와 이 시에는 할 수 있다는 '두비(Do Be)정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 정신' 등도 잘 표출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단어는 단연 '어깨동무'다. 보편적으로 어깨동무는 친밀하고 가깝다는 상징이자 '함께 하겠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런데 CEO가 동료 직원들과 어깨동무하고 싶다면 어떤 뜻일까. 아마도 그것은 CEO 스스로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것을 탈피하고 수평적이고 열린 사고를 하겠다는 의지이겠고, 자신을 낮춰 직원 입장에서 생각하겠다는 표현은 아닐지. 만일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가식을 털어버리고 진심으로 동료 직원들과 어깨동무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의 성장은 어떨까를 생각해본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이가 현재 CEO이거나 최고경영자를 꿈꾸고 있다면 묻고 싶다. '그대는 진심으로 동료 직원들과 어깨동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말이다.



오일선 (대기업분석전문가, 한국CXO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