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빈곤의 경제학(폴 콜리어 지음/ 류현 옮김/ 살림 펴냄/ 1만 8000원) 外빈곤문제 세계적 경제학자의 색다른 분석과 대안 집약

●빈곤의 경제학
폴 콜리어 지음/ 류현 옮김/ 살림 펴냄/ 1만 8000원

이 책의 저자 폴 콜리어는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빈곤의 종말> 저자),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교수(<백인의 부담> 저자)와 더불어 빈곤문제에 관한 세계적 경제학자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3명의 학자는 약 50개 국에 달하는 실패한 국가들, 밑바닥 10억 인구가 직면하고 있는 빈곤 문제는 기존의 접근 방식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폴 콜리어의 주장이 이들과 비교해 새로운 것은 최빈국 원조와 더불어 다양한 방식의 개입, 특히 군사적 개입을 주장하기 때문. 대표작 <빈곤의 경제학>은 이런 그의 분석과 대안이 집약된 책이다.

그는 아프리카로 대표되는 최빈국은 스스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능력이 없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UN평화유지군이나 EU의 신속대응군처럼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고, 이런 방식의 개입이 최빈국의 쿠데타를 막고 안정된 정부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폴 콜리어 주장의 요지다.

총 5부로 나뉜 책은 최빈국의 현실을 짚고, 최빈국 나라들이 빈곤의 덫에 빠진 원인을 4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분쟁의 덫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 국가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가난할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을수록, 천연자원이 많을수록 높다. 둘째는 천연 자원의 덫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자원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내 외화 유입이 늘어나면서 통화가치가 올라간다. 따라서 자국의 제조업 상품 수출경쟁력이 없어져 제조업 발전이 어려워지고 세계경기에 따라 국내 물가는 요동친다.

여기다 천연자원을 둘러싼 권력투쟁과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의 '빈곤탈출'을 가로막는다. 다음은 내륙국의 덫이다. 콜리어의 분석에 따르면 주변국이 1% 경제성장하면 자국의 경제 성장률도 0.4%올라갈 만큼 주변국의 경제는 자국의 경제 운명에 영향을 준다. 주변에 케냐(30년 경제침체), 수단(내전 국가), 르완다(대략학살 경험) 등을 둔 우간다의 사례처럼 최빈국 38%가 주변에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으로 지리적 조건 때문에 경제발전이 더디다. 마지막으로 나쁜 통치의 덫이다. 최빈국 국가의 3/4이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집단이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 분석을 통해 그가 말하는 건 결국 '어떻게 도울 것인가'이다. 그는 마구잡이 개발원조가 아니라, 선진국이 제시하는 정책이행조건을 원조수혜국의 이행여부에 따라 원조 여부와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유용한 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선진국 국내법 조정을 통해 최빈국 부패 권력과 이익을 내는 선진국 은행과 기업을 징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된 선진국의 군사적 개입 방안도 이 부분에서 언급하고 있다.

구체적 데이터와 분석에 입각한 일련의 주장을 통해, 저자는 결국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어 가야하는가?'를 묻고 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국제사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다소 과격한(?) 대안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독자가 이 골치 아픈 주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책이 던지는 궁극적 질문 때문일 터다.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 수 있는가.

●귀향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이레 펴냄/ 1만 2000원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신작 장편. 법과 원죄에 천착했던 작가는 신작에서 주인공 페터와 카를의 이야기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그린다. 페터가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수많은 전쟁이야기를 통해 할아버? 우울증은 독일 전쟁 역사와 전후 독일인의 모습임을 보여준다. 이어 카를 이야기를 통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전후 세대의 혼란스러운 상처를 말한다.

●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바움 펴냄/ 1만 원

일본의 대표 장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작소설집. 인류역사의 위대한 발명품에서 지옥으로 가는 악마의 미소로 변한 자동차. 자동차 엔지니어였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작가는 자동차의 이면에 가려진 다양한 인간사회 양상과 원인을 담아낸다. 작품이 새로 발간되는 시기 '교통경찰시리즈' 창작비화가 담긴 해설 <10년 만의 후기>를 덧붙였다.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손호철 지음/ 해피스토리 펴냄/ 1만 3000원

서강대 손호철 교수가 한국일보 칼럼 '손호철의 정치논평'(2008년)과 프레시안 손호철 칼럼(2009년-현재)를 모아 엮은 정치평론서. 현재 정치 정세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출범을 가능케했던 민주화운동진영의 잘못에 대한 자기성찰부터 MB정부 2년 동안 한국정치와 사회변화에 대한 분석, 향후 진보진영의 과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담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