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이질풀

사람이나 식물이나 이름 때문에 덕을 보기도,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질풀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 예쁜 꽃이 피면서도 모양보다는 쓰임새를 강조하여 이름을 붙이다 보니 그렇다. 이질이라는 병이 위생 상태가 깨끗하지 못할 때 많이 생기며 설사를 동반하는 지저분한 병인지라 부르기에 그리 좋지 않다.

여름이 한창일 무렵 높은 산에 가면 만나는 분홍색의 꽃무리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제법 아름다워 이내 정이 가곤 하는데 이질풀의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다.

이질풀은 쥐손이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서 자라며 일본에도 분포한다. 산의 높은 곳에 형성되는 초지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다 자라면 키는 50cm정도다. 둥근 잎은 서로 마주 달리는데 잎자루가 길고 크고 깊게 3~5개로 갈라지고 잎 양쪽에 무늬가 생기기도 한다.

꽃은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여 9월까지도 볼 수 있다. 꽃의 지름은 1~1.5cm정도로 작은 편이며 다소 진한 분홍색이다.

같은 모양의 다섯 장의 꽃잎이 다섯 장의 꽃받침 위에 달리고 꽃이 지고 나면 9월부터 길쭉한 열매가 위를 향해 달리며 익으면 위쪽이 5갈래로 갈라져 재미난 모양이 된다.

이질풀 집안의 학명은 쥐손이풀속(Geranium) 즉 제라니움이라고 부른다. 이쯤 되면 꽤 익숙한 이름이 되는데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화분에 키우는 제라니움이라는 것은 대개 다른 집안인 펠라고니움(Pelagonium)이다.

우리 산에는 이 이질풀이 속한 제라니움속의 식물들이 10여 가지가 넘는데 모두 조금씩 다른 꽃색과 크기와 잎모양을 가졌지만 아름답고 쓸모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질풀이란 다소 곱지 않은 이름은 이 풀이 지사제로 쓰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현초(玄草)라고 부르는데 현지초(玄之草), 노관초(老觀草)라는 이름도 있다.

속명 제라니움(Geranium)이 희랍어로 학이라는 뜻을 가진 제라노스(Geranos)에서 유래되었는데 바로 이 열매의 모양이 부리와 같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용도는 아무래도 약용 식물이다. 이질 설사 때 지사제로 많이 쓰이고 그 이외에 여러 증상에 처방한다. 하지만 처방 없이 생식하면 오히려 큰 부작용이 생기므로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경고가 있다.

생장이 왕성할 때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두었던 것을 넣은 물이 반정도 되도록 졸여 다려 마시는데 뜨거울 때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어린 잎은 튀기거나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관상적인 가치가 있어 화단에 심는 종류들도 있다. 그러나 이 꽃을 보려면 앞으로 반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