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리영희 프리즘(고봉준 외 지음/ 사계절 펴냄/ 1만 3000원) 外

●리영희 프리즘
(고봉준 외 지음/ 사계절 펴냄/ 1만 3000원)

'사상의 은사. 1980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의 리영희를 그렇게 소개했다.' (13페이지)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고병권, 천정환, 김동춘, 오길영 등 진보지식인 10명의 글을 엮은 책은 서문에서 아예 '이 책은 리영희 선생의 팔순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리영희에게 보내는 후배 지식인들의 오마주다.

'리영희는 기념되고 추앙받는 과거의 인물이 아니다. 리영희가 비판하고 저항하던 시대는 바뀌었지만, 권력과 우상은 더욱 노회해져 인간의 자유와 이성을 억압하고 있다.' (5페이지, 서문)

책은 또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책은 무지몽매한 '우상'이 지배하던 시대, '이성'의 힘으로 맞서 싸운 리영희의 프리즘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해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10명의 저자들은 각각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고병권)에서부터 책읽기(천정환), 전쟁(김동춘), 종교(이찬수), 영어 공부(오길영), 지식인(이대근), 기자(안수찬), 청년세대(한윤형)에 이르기까지 리영희를 매개로 우리시대 교양의 기초를 다진다.

고병권은 리영희가 '사상의 은사'라 불리는 점에 착안해 생각을 낳아준 스승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색한다. 그는 리영희를 사상의 은사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가 정보나 견해,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기 즉, 각성을 전달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천정환은 독서의 문화사라는 관점에서 리영희의 독서 이력과 리영희를 읽던 70-80년대 책 읽기의 문화사를 살핀다. 김동춘은 지식인 리영희가 전쟁이라는 최고의 현실을 어떻게 마주했는지를 살핀다. 이대근은 저항적 지식인의 전형인 리영희의 퇴장을 곱씹으며 민주화 이후 변화된 지식인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따져 본다. 이 밖에 젊은 논객 한윤형과 김현진은 각각 리영희와 청년세대에 관한 글과 리영희 인터뷰를 정리했다.

첫 글을 쓴 고병권은 "이 글을 준비하며 읽은 그의 예전 책들은 내게도 상당한 감동을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말은 두 가지 현실을 압축하고 있다. 리영희의 해석은 당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보여 준다는 것. '리영희 프리즘'에 아직도 맞춤하게 해석될 만큼 '우상의 세계'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 후배들의 오마주를 읽으면 읽을수록 리영희의 저작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다시 들춰보고 싶어진다. 무릇 모든 헌정앨범이 들으면 들을수록 원곡을 생각나게 하는 것처럼.

●최하림 시전집
(최하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만 원)

올해로 등단 46년을 맞은 최하림 시인이 시전집을 출간했다. 1960년대 김현, 김승옥, 김치수와 함께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한 시인은 순수와 참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이 두 경향의 분리를 극복하려 했다. 시집에 묶이지 않은 습작 시절의 시부터 그가 펴낸 일곱 편의 시집에 담긴 시, 근작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이후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쓴 시까지, 263편의 시는 반세기 그의 시력을 오롯이 담고 있다.

●칠레의 밤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열린책들 펴냄/ 9800원)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 소설.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라는 한 사제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품이자, 수전 손택이 '세계 문학에서 영속적인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현대 소설'이라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이 책을 필두로 볼라뇨의 장단편 12권을 출간한 예정이다.

●운명의 시간 1.2
(야마사키 도요코 지음/ 임희선 옮김/ 신원문화사 펴냄/ 각 권 1만 2000원)

<하얀거탑>의 원작자 야마사키 도요코의 장편 소설. 오키나와 반환을 둘러싼 외교 기밀문서 유출에 관여해 신문기자와 취재원이었던 외무성 여직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니시야마 사건'을 모델로 한 소설. 일간지 정치부 기자 유미나리 료타는 오키나와 반환 교섭에 대해 취재하던 중 모종의 밀약이 이루어진 사실을 알게 되고 고뇌하다 밀약의 존재를 폭로하고 국가권력과 맞서게 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