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문인과 5명의 화가 서로의 작품서 영감 얻어 예술로 승화[신간 안내]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원 이외 10인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5000원) 外

●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원 이외 10인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5000원

예술 장르의 크로스오버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처럼 느껴진다.

지난 2월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 안종연의 '시간의 주름전'은 박범신 작가의 소설 <시간의 주름>을 모티프로 삼아 기획된 전시.

지난 해 갤러리 서림에서도 시인 박재삼의 시를 테마로 박항률과 박철, 민경갑, 전준엽, 이두식 등 화가 12명이 서정시를 동양화와 서양화로 해석한 작업들을 모아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열기도 했다.

신간 <그림에도 불구하고>는 이 연장선에서 시작된 책이다. 5명의 문인과 5명의 화가가 모여 예술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각자' 작업한 결과물인 것. 화가들은 기존에 작업했던 작품 외에 문인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한 점씩을 따로 작업했다.

물감을 주사기로 쏘아 그림을 그리는 윤종석은 시인 이원과 짝을 이뤘고 '향불화가' 이길우는 소설가 김태용과 팀을 이뤘다. 또 사진 속 도시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조합해 형상화하는 정재호는 소설가 백가흠과 어린 아이의 모습을 소재로 작업하는 이상선은 시인 신용목과 각각 파트너가 됐다. 눈썹이나 머리카락 등 털이 하나도 없는 자신의 자화상을 화면 가득 그리는 변웅필은 도발적인 감성을 선보여온 시인 김민정과 짝을 이뤘다.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조합은 의외의 지점에서 기막힌 궁합을 이룬다. 이원 시인은 윤종석의 그림 '꿈이 현실을 산다'를 보고 영웅, 영웅이 올 시간을 떠올린다.

'영웅은 늘 오지 않는다. 그러나 곧 나타날 시간이다. 그러니 늘 오고 있는 시간이다. 누군가 영웅을 희망이라고도 하고 의지라고도 하고 미래라고도 한다.' (14페이지, '히어로' 중에서)

변웅필 화가는 김민정 시인의 시집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읽고 떠오른 느낌을 살려 분홍색을 배경으로 트럼프 카드 중 하트 6과 하트 9 카드를 든 인물의 모습을 그렸고, 시인은 작가를 '변'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콩트 같기도 하고 때로는 시 같기도 한 '변의 이야기'를 쓴다.

'눈을 뜨니 산 자의 이름이 변이고,/ 눈을 감으니 죽은 자의 이름이 변이다./ 살아서는 희미한 쌍꺼풀이/ 죽어서야 선영한 이유,/ 분명한 건 나도 변을 모르고/ 너도 변을 모른다는 사실./ 변을 안다고 하는 순간, 변은 미끄러져 버린다는 사실.'(159페이지 '순간' )

문인들은 미술 작품을 언어로 빚어내고, 화가들은 문학 작품을 이미지로 만든다. 글과 이미지라는 표현 방식을 넘어 서로의 영역 안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예술의 경계는 이렇게 시나브로 허물어진다. 책은 그 매혹의 순간의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담배 한 개비의 시간
문진영 지음/ 창비 펴냄/ 1만 원

창비 장편소설상 수상작. 88만원 세대로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방황, 사랑을 그려냈다. 21살 대학생 나는 이태원의 한 옥탑방에서 자취한다. 방학동안 편의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는 정장차림의 잘나가는 직장인으로 가득한 . .

●뉴욕 미술시장
김보름 지음/ 미술문화 펴냄/ 1만 9000원

예술과 경제가 만나는 곳, 미적 가치가 경제 가치로 환산되는 곳 미술시장. 저자는 현대 미술시장의 메카인 뉴욕 미술시장을 소개한다. 미술시장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운영되는지, 미술이 다른 재화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다루고 현대 미술계의 기초를 닦는다. 저자가 직접 취재한 미술시장 키 플레이어와의 인터뷰, 뉴욕 미술계의 다양한 모습이 소개된다.

●폭력사회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푸른 숲 펴냄/ 1만 5000원

전작 <안전의 원칙>에서 현대 정치를 주도하는 이념은 자유도, 평등도, 박애도 아니라 안전이라고 강조한 독일 사회학자 볼프강 조프스키의 신간.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인 폭력을 분석한다. 핵심은 폭력이 인간 사회와 태생적으로 함께하는 존재라는 것. 저자는 건조한 문체로 고문, 사형, 전투, 사냥, 학살, 파괴 등 폭력의 역사적 장면과 유형,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