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법한 미래·과거 이야기 17편 한편의 장편 읽는 듯[신간 안내] 파라다이스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열린책들 펴냄/ 각 권 9800원) 外

●파라다이스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열린책들 펴냄/ 각 권 9800원)

집요한 관찰, 발칙한 상상, 유쾌한 문장. 그러니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되는' 이야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파라다이스>가 출간됐다.

<개미>에서 시작된 작가의 백과사전적 지식과 입담은 <뇌>와 <나무>, 지난해 국내 출간된 <신>에 이르기까지 검증된 바, 그의 신작은 늘 화제작이 되어왔다.

베르베르는 소설 한 편으로 그 백과사전적 지식과 사유를 에세이 형식의 책으로도 여러 권 내놓은 바 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여행의 책>등 일련의 책들이 그에 해당한다.

신작 <파라다이스>는 이 '소설들'과 '에세이들' 사이에 존재한다. 이 두 권의 책은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짧은> 형식과 새로운 서사 기법을 시도한' 작품집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베르베르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기상천외한 미래,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 속에서 나온 역설 가득한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17편의 독립적인 이야기들은 <있을 법한 미래> 혹은 <있을 법한 과거>라는 꼬리표를 달고 엇갈려 등장한다.

<있을 법한 미래> 이야기들은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상상으로 축조된 '인류'의 미래다. 담배 한 대만 피워도 사형을 면치 못하는 무자비한 환경 독재 사회(단편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이 되어 버린 세계(단편 '내일 여자들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금지된 세상(단편 '영화의 거장')등 베르베르 식 미래의 상상이 펼쳐진다.

<있을 법한 과거> 이야기들은 작가 자신의 개인적 추억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불행을 향해 달려가는 기묘한 정신세계를 가진 한 여성과의 연애(단편 '남을 망치는 참새'), 지방 신문의 연수 기자 시절 살인사건을 취재하며 겪은 황당한 해프닝(단편 '안개 속의 살인'), '백인 고기는 맛이 없어 먹지 않는' 식인 부족과 안전하게 생활하며 아프리카 마냥개미 관찰에 목숨을 건 체험(단편 '대지의 이빨') 등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래>와 <과거>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그렇게 엄밀한 경계를 갖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고리처럼 맞물리며 이어진다.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보이는 17편의 이야기는 느슨하지만 오묘한 연결을 갖는 소재들의 정교한 배치에 의해 마치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중에는 내가 어쩌면 나중에 장편소설로 발전시킬 모태가 되는 것들, 영화의 형태로 영상화를 시도할 것들도 있다.'(1권 8페이지 머리말)

앞으로 그가 만들 장편과 영화를 상상해 내는 것은 이 책을 보는 숨은 재미가 될 것이다.

● 제1권력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 펴냄/ 2만 5000원

저널리스트 겸 반핵평화동가 히로세 다카시의 논픽션집. 저자는 20세기 현대사는 거대자본가의 '투기 비즈니스와 이권다툼'으로 흘러갔다고 단언한다. JP모건과 록펠러로 대표되는 미국 독점 재벌이 부를 축적한 방법과 세계 정치인들이 그들에게 어떻게 조종되어 왔는가를 파헤친다. 1986년 일본에서 발행된 후 베스트셀러로 올랐으나 석연치 않은 외압에 의해 곧바로 사장된 문제작.

●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 5500원

출판사 문학동네가 신설한 '젊은작가상' 수상자들의 작품집. 등단 10년 이내 작가의 작품 중 지난 한 해 동안 지면에 발표된 신장 중단편을 심사해 7편을 뽑았다. 대상인 김중혁의 <1F/B1>를 비롯해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이장욱의 <변희봉>,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 김미월의 <중국어 수업>, 정소현의 <돌아오다>, 김성중의 <개그맨> 이 실렸다. 젊은 작가들의 발랄한 서사도 재밌거니와 특별 보급가 5500원도 매력적이다.

● 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 1800원

<피와 뼈>,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등으로 알려진 재일 소설가 양석일의 장편소설. 작가는 타이를 무대로 아동매매와 아동매춘, 장기밀매의 잔혹한 실상을 폭로한다. 타이를 방문했다 아동 학대 현장을 목격한 작가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은 제 3세계 아이들의 모습을 참혹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그의 전작 <피와 뼈>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카모토 준지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