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각시붓꽃

정말 마지막 꽃샘 추위였겠지. 지난 주, 산행을 하니 벌써 양지 바른 산 자락마다 삐쭉이 올라온 새싹과 꽃들이 보기 좋다.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것이 야생화의 특성이라지만 날이 갑자기 추워지니 산에 두고 온 여린 풀들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각시붓꽃도 봄에 산에서 만날 수 있는 키 작고 아름다운, 하지만 한번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그런 풀이다.

남쪽의 양지 바른 산자락에선 이미 꽃을 피웠을 터인데, 이 막바지 갑작스런 추위에 혹시 그 고운 남보라빛 꽃잎들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새삼 걱정이 된다.

각시붓꽃은 븟꽃과 붓꽃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냥 붓꽃과는 우선 '각시'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보통 가녀리고 작은 식물 이름 앞에 각시라는 글자가 자주 붙는다. 각시둥글레, 각시제비꽃 등등이 있다. 각시붓꽃도 키가 작고, 꽃도 작고, 일찍 핀다. 잎도 가늘다. 그래서 애기붓꽃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꽃은 이즈음부터 피기 시작하여 장소에 따라서는 5월에도 볼 수 있다. 꽃줄기 끝에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꽃이 하나씩 달린다. 꽃송이는 한포기, 두 포기, 때론 여러 포기가 무리지어 올라와 각기 주변 경관과 적절히 어울리며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난다. 한 뼘 높이 정도 자란다.

봄에 꽃대가 올라 올 즈음, 키를 같이 높여 올라온 잎들은 살짝 늘어지기도 하면서 자유롭지만 조화롭게 꽃과 어우러진다. 꽃이 지고 나면 늦은 가을에 열매가 익기 시작하지만 잎들은 계속 커져서 30cm정도까지 자란다. 뒷면은 흰빛이 도는 분홍색이며 가장자리 윗부분에 잔돌기가 있어 만져보면 까끌까끌하다.

각시붓꽃은 봄에 산을 찾는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하지만 이 식물의 멋진 모습을 마음에 담을 줄 아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전국의 웬만한 산지에서는 볼 수 있으니 올 봄에는 많은 이들이 각시붓꽃을 만나는 행복을 누리길 기원한다.

비옥한 흙에서 잘 자라는 것은 당연하고 개울 근처나 다소 척박한 절개지의 경사면에서도 볼 수 있으니 웬만한 조건에서는 잘 견딘다고 보면 된다. 각시붓꽃이 자라는 때는 숲에 나무들이 모두 잎을 내어 무성해져 하늘을 가리기 이전이다. 조건만 좋으면 포기를 나누어 심으면 금세 꽃이 핀다.

분에 심어 키우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조경용으로 군식하면 아름다운 봄꽃 화단을 만들 수 있다.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소화를 도와주고 타박상에 쓰인다고 한다.

각시붓꽃이 속한 붓꽃속은 학명으로 아이리스(Iris)이다. 꽃잎에 그려진 무늬가 무지개 같다하여 무지개의 여신 이름을 땄다. 각시붓꽃 꽃잎에 그려진 작은 무지개에서 한 해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