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故 김진홍 씨 유고집… 시대와 세태 비판 속 희망 보여줘

● 아카저널리스트
김진홍 지음 / 한울 펴냄/ 2만 8000원

이 책의 제목 아카저널리스트(Acajournalist)는 아카데미즘(academism)과 저널리스트(journalist)의 합성어다. 또한 이 말은, 기자 출신의 교수, 고 김진홍 씨를 기리는 말이다.

저자는 1973년 동아투위로 해직된 이후 대학교수가 됐고, 이후에도 도서출판 전예원과 실천문학사의 편집인과 대표로 있었으며 무크지 <실천문학> 편집인, 계간 <외국문학>편집인 겸 주간으로 일했다. 말하자면 한국현대사의 현장에 서있는 것, 그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역사를 쓰는 것이 그의 직업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정치커뮤니케이션과 언론비평, 출판비판, 대학과 세태에 관한 글을 엮어 이 책을 썼지만, 책 어디에도 후일담과 같은 '저자의 말'은 없다. 책을 마무리 짓기 전, 정년 한 학기를 남겨두고 그는 지난 해 지병으로 별세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저자의 유고집이다.

책은 총 6개장으로 구성됐는데, 마지막에 저자의 주변인들이 쓴 짧은 두 편의 글을 함께 엮였다. 정치와 언론의 관계를 비평한 1장 '정치판, 정치인 그리고 언론', 한국 언론 세태를 비판하고 방향타를 제시하는 2장 '한국언론, 그 끝없는 가벼움'과 3장 '다시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원칙',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산업으로 매체를 분석한 4장 '한국적인 상황에서의 언론산업' 등 글에서 기자 출신 교수인 저자의 이력이 십분 드러난다. 5장 '기자, 출판인, 그리고 교수의 길'과 6장 '아카저널리스트가 본 현실과 이상'은 저자 개인의 경험이 녹아든 에세이적인 글이다.

'12층의 수사관실에서 철저하게 보안된 양자만의 대화가 어떻게 누설되었다는 말인가? 그러나 공사 중인 옆방에 페인트공을 가장한 기자가 그의 말을 열심히 메모하고 있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이것은 74억 부정 대출 사건의 주역인 박영복의 수사를 둘러싼 취재비화의 한토막이다. 그밖에도 기자들은 이 희대의 은행 사기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수사관을 미행하거나 수사관실의 휴지를 모았으며 목욕탕에까지 찾아가 사건의 전모를 알아서 독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었던 것이다.'(286페이지)

'1970년대는 어렵기 그지없는 시기였다. 일부 언론은 이 무렵 권위주의 권력이 협력의 방편으로 제시한 상업주의의 여세를 타고 돈벌이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언론인은,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유지하는 언론인이라면 막가는 권위주의 권력과 자본의 우산 밑으로 피해 앉기만 하는 언론 회사와 오히려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와 기능에는 눈뜨기 시작한 대중들의 틈새에서 생계냐, 퇴출이냐를 결정해야하는 황당한 세태를 경험하고 있었다.'(303페이지)

저자는 이 '황당한 세태'를 지나, 교수가 됐고,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역사의 현장에 섰다. 글로 밥을 버는 많은 지식인이 말과 다른 글을 쓰고 글과 다른 삶을 살지만, 저자의 글과 말과 삶은 닮아 있었다. 그의 글은 시대와 세태를 비판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특유의 향취가 있는데, 이는 그의 생전 모습과 닮은꼴이다. 그는 생전에 "둘째 딸아이가 동아투위 시절, 잘 먹이지 못해 키가 작아 그게 내내 걸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글 잘쓰고 말 잘하는 사람이 넘치는 이 시대, 여전히 그의 글이 감동을 주는 것은 이런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최윤욱 지음/ 오픈하우스 펴냄/ 2만 2000원

이 책은 아놀로그를 좋아하고 LP로 음악을 듣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오디오 안내서다. 오디오 전문가인 저자는 턴테이블, 포노앰프, 카트리지 등을 순서대로 설명하면서 숨은 오디오 명기와 숨은 백미인 릴 시스템까지 소개하며 입문자와 마니아를 두루 만족시킨다. 각 유닛의 기본 원리부터 관련 제품 리뷰까지 아날로그 오디오에 탐닉하기 위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 미각의 제국
황교익 지음/ 도서출판 따비 펴냄/ 1만 2000원

20년 동안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저자가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을 다루며 음식 맛의 중심이 무엇인지 밝힌다. 음식을 다룬 책이지만 맛집 소개도, 레시피도 없는 것이 이 책의 특징. 배추김치의 개운한 맛을 내는 비법, 같은 재료를 쓴 어리굴젓과 진석화젓이 어떻게 다른 음식인지 밝히는 등 저자는 20년의 내공을 걸어 '한국의 맛'을 말한다.

●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스튜어트 브라운,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흐름출판 펴냄/ 1만 4000원

사람들은 흔히 일의 반대말을 놀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인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는 이 생각을 뒤집는다. 저자는 놀이의 역할은,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통로이며 창의성과 혁신의 핵심이자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아를 찾는 통로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35년간 연쇄살인범부터 사업가, 사교계 명사, 과학자, 예술가 등 6000여 명의 놀이 역사를 탐구한 결과물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