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쇼핑
에블린 웰치 지음/ 한은경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3만 3000원

생산과 소비는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이다. 소비는 모든 사람의 삶의 기반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은 이 소비의 방식을 탐구한 책이다. 정확하게 1400-1600년 르네상스 시대의 특정 계급의 소비 방식을.

자본주의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주지하다시피 자본주의의 본질을 생산으로 본 마르크스는 그 시작을 근대 영국에서 찾았고, 교환에서 찾은 벤야민은 옆 나라 프랑스 파리의 아케이드에 주목했다.

런던대학교에서 르네상스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당연히 그 시작을 르네상스 시대에서 찾는다. 여기서 생각나는 낯 익은 지식인이 있으니,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다. 그는 자본주의에 본질적이거나 고유한 장소는 없다고 주장하며 상업을 자본주의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보았다.

때문에 브로델의 자본주의는 13세기에 나타난 특성까지 담는 모델이다. 그는 15~18세기 지중해의 경제교환을 바탕으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썼다. 이 악명 높은 책과 신간을 비교하자면 훨씬 쉽고, 흥미롭고, 대중적이다.

저자는 문화역사학자로서 르네상스 시장에 접근한다. 중계무역항 베네치아는 시의 소매상들이 도시민은 물론, 해외 고객까지 상대하면서 발전하고, 전문화했다. 이탈리아의 작고 외딴 시골이나 도시공동체에는 이미 상설 상점과 정규 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가 오늘의 신자유주의가 아닌 것처럼, 르네상스 시대 시장은 오늘날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14세기 피렌체 식료품상 길드(동업자 조합)는 다른 가게를 둘러보는 고객에게 호객 행위를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과 리알토의 판매점에서 빵을 파는 상인은 고객에게 소리 치며 빵을 내밀어서는 안 됐으며 자기 매점 뒤에 조용히 서 있어야 했다.

특히 귀중품이나 희귀품 구매는 정적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게 철칙이었다. 거래하는 시간도 정해졌다. 1320년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에서는 모든 거래를 끝내야 한다고 알리는 저녁 종, 선술집을 닫으라는 '포도주 종'까지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오면서 상거래의 공간은 공개된 거리나 장터에서 편안한 상점 내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은 지위와 종교, 성별이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함께 모으는 핵심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소비는 물품을 판매하고 선택하며 가격을 흥정하고 배달하는 일상적 활동이지만 이런 본성으로 인해 사회질서가 강력하게 강화됐다는 얘기다.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라이프 사이클, 생활방식, 명예, 가족의 위엄, 자존심 등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점은 르네상스 시대나 현재나 변함이 없다. 각종 문서 기록과 문학 작품, 시각 자료의 조합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마릴린 먼로
J.랜디 타라보렐리 지음/ 성수아 옮김/ 체온365 펴냄/ 2만 5000원

엘리자베스 테일러, 프랭크 시나트라, 그레이스 켈리, 마돈나의 전기 작가인 J.랜디 타라보렐 리가 쓴 마릴린 먼로 전기. 여배우 마릴린 먼로에 관한 촘촘한 기술과 함께 이제까지 한 번도 출판되지 않았던 그녀의 사진과 가족, 의료 관련 파일, 개인 서신 등을 소개했다.

● 에르끼 아호의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
에르끼 아호 외 2d니 지음/ 김선희 옮김/ 한울림 펴냄/ 1만 5000원

핀란드 교육계에 평등과 협동 교육 철학을 도입했던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 에르끼 아호의 교육개혁 보고서. 1968년 이후 진행한 교육 개혁과정을 정리한 이 책은 핀란드의 교육철학, 교육정책과 원칙, 개혁 과정, 현 상황을 총체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 광대 샬리마르
살만 루슈디 지음/ 송은주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 5000원

<한밤의 아이들>로 이름을 알린 인도 출신 작가 살만 루슈디의 장편 소설. 미국 LA에서 인도 대사였던 막스 오퓔스가 딸 인디아의 운전사 샬리마르의 칼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수십년 전 사랑하는 아내 부니 카울을 막스에게 빼앗긴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극. 아시아와 유럽, 미국을 배경으로 신화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테러리즘과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