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갯완두

환경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 같은 사람, 같은 얼굴도 다양한 환경을 거치며 삶의 모습이 변화되기도 하고 그 흔적들이 겉모습에서 묻어나곤 한다.

갯완두를 보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갯완두는 말 그대로 주로 바닷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완두콩을 만들어 내는 완두와는 모양새가 아주 비슷하다.

그런데 한적한 바닷가에 넘실대는 파도 곁 모래밭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갯완두를 바라보면, 꼭 푸른 바다를 닮은 듯 시원하고 맑고 아름답다. 사실 자세히 알고 보면 완두도 꽃모양이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밭 가장자리에서 이런 저런 것에 기대고 감아가며 덩굴을 말면서 애써 자라는 완두의 모습과 바닷가에 가지를 옆으로 뻗어가며 자라는 갯완두의 모습은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참 이상하다. 어쩌면 환경을 닮아 갯완두의 모습이 그렇게 서늘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사람의 됨됨이가 달라지듯, 좋은 환경 옆에 있어 그리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것인지도 생각해 보니 잘 모르겠다.

갯완두는 콩과에 속한다. 그래서 꽃의 모양도 색깔만 다르지, 완두콩은 물론 칡이나 등나무 같은 식물의 꽃 모양을 닮았다. 이런 꽃잎의 모양을 나비를 닮은 꽃이라고 하여 접형화관이라고 한다.

잎 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나오고 30cm정도 되는 긴 꽃차례에 한쪽으로 치우친 듯 꽃들이 달리는데 뾰족한 꽃봉오리일 때는 분홍색이던 꽃 색이 꽃잎을 펼쳐내면서 꽃잎 종류에 따라 보라색과 연보라색의 아주 고운 배색을 하고 있다. 꽃 양도 많고 꽃 색도 특별하게 아름답다.

잎은 완두콩보다는 작고 적게는 3쌍 많게는 6쌍 달린다. 작은 잎들이 달린 겹잎은 그 끝이 덩굴손으로 변하는데 둘 또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생각해 보면 갯완두가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뻗어가면서 자라는 것은 감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른 바닷가에서 굳이 햇볕 경쟁을 하러 위로 올라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종과의 치열한 경쟁이 없으니 굳이 이기고 제치고 올라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갯완두의 독특한 생활형 역시 환경으로 인해 생겨난 것일 수 있겠다.

꽃은 콩과이니 당연히 콩꼬투리처럼 생겼다. 새끼손가락 정도의 길이와 너비를 가진다. 다만 꼬투리 안에는 씨앗, 말하자면 갯완두콩이 5개씩 들어 있다. 이 씨앗을 식용으로는 먹지 않지만 약으로 쓰는 검은콩의 대용은 된다고 한다. 그밖에 위를 튼튼히 하거나 우황청심환의 원료식물 등에도 쓰일 수 있다 하고 어린 싹은 이뇨 및 해독제로 사용한다.

지금 조용한 바닷가를 찾았다가 모래사장에 비스듬히 누워 자라는 듯한 아름답고 싱그러운 완두를 보았다면 그것이 바로 갯완두다. 책상머리에서 갯완두와 그 풀이 자라는 바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