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대중운동 확장과 시민권 헌정의 민주주의적 전환 모색

● 우리, 유럽의 시민들?
에티엔 발리바르 지음/ 진태원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만 원

에티엔 발리바르는 1980년대 국내 마르크스주의 논쟁의 중심에 선 프랑스 철학자다. 구조적 마르크스주의의 후예지만, 1980년대 이후 정세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기초해 이론적 작업을 수정해 왔다.

그는 알튀세르, 조르주 캉킬렘, 라캉 등을 사사했고, 1965년 알튀세르, 마슈레, 랑시에르 등과 함께 <자본을 읽자>를 쓰며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부상하지만, 이후 <역사유물론 연구>, <민주주의와 독재>등 일련의 저작을 통해 역사적 마르크스주의의 종언을 선언한다.

국내 좌파 지식인들에게 그가 변절자로 비판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작이 선별적으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1990년대 이후 그는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와 유럽 건설이라는 정세 속에서 대중운동의 확장과 시민권 헌정의 민주주의적 전환을 모색하려는 이론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01년에 쓰인 이 책은 1992년 출간된 <민주주의의 경계들>의 주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에서 출발한다.

먼저 첫 번째 물음표. '공산주의와 시민권,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관한 저자의 생각. 그는 오늘날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은 근대 국민국가의 내적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국민사회국가는 사회권을 시민권에 포함시킴으로써 개인이 물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주지만, 보편적 시민권은 국민에게만 한정된다. 그러므로 근대국가에서 '시민권=국적'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전개되며 이는 극적인 모순에 빠진다.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시작되며 유럽의 이민자처럼 시민권으로부터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집단이 출현하는 것. 이들은 국가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에게 증오의 대상이 된다. 이제 인종주의가 민족주의를 '대체보충'(기원적인 것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 기원적인 것을 대체한다는 뜻)하게 된다.

이는 국가 경계를 뛰어넘어 '국제적 민족주의'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식민지 패권경쟁 속에서도 동일한 백인문명을 공유했던 19~20세기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첫 번째 인식은 이 책의 또 다른 물음표 '봉기와 헌정의 이율배반적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혁명을 추구하는 정치가 활동의 해방적인 성격을 강조하면 할수록 자신들이 산출하는 폭력에 대해 더 맹목적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해방의 정치는 억압과 배제의 정치로 전도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폭력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그는 '시빌리테의 정치'를 주창한다.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폭력, 극단적 폭력의 퇴치와 감축을 목표로 하는 반폭력의 정치를 의미한다. 그의 정치철학의 독창성 중 하나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근대 이후 유럽'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중심으로 기술된 책은 신자유주의시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2
조용헌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각 권 1만 2000원

저널리스트 조용헌이 쓴 동양학 인문서. 저자가 강호를 유람하며 직접 듣고 맛본 갖가지 인생사를 두 권의 책으로 담았다.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칼럼 '조용헌 살롱'을 1권 인사편, 2권 천문편으로 나눠 재구성했다.

● 이단의 경제학, 성장과 안정의 이분법을 넘어
스티글리츠 외 지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 창 펴냄/ 1만 8000원

전세계 미국식 자본주의를 강조해온 '워싱턴 합의'에 문제의식을 지닌 지식인들의 모임IPD(Initiative for Policy Dialogue, 정책대화구상) 핵심 멤버들이 쓴 경제학 지침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거시경제학과 자본시장 자유화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담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등 대표적인 학자들의 혜안을 볼 수 있다.

● 아틀라스 20세기 세계 전쟁사
피에르 발로 지음/ 남윤지 옮김/ 책과 함께 펴냄/ 1만 6800원

20세기 국제관계사, 전쟁사와 중동 연구 분야 전문가인 저자가 20세기 전쟁의 본질을 새로운 관점에서 파악한 책. 1865년 미국 제국주의 전쟁부터 2000년 전쟁까지 역사 기술을 통해 저자는 "20세기 전쟁의 가장 큰 동인은 민족주의였다"고 말한다. 113컷의 컬러지도를 통해 설명하는 20세기 전쟁사.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