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컬처] 문화예술 지원금 2년 연속 하락… 홈플러스, 삼성문화재단 각 분야 1위

삼성 어린이메세나 '희망배움터'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문화는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국가의 구조와 경쟁력까지 좌우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은 문화가 시대의 가치를 창조해가는 가장 유효한 화두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는 세계가 본격적인 문화경쟁 체제로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메세나)이 더욱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가 22일 발표한 '2009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설문조사 결과는 기업과 정부, 국민들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과 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등 57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지원금은 1576억 9000만원으로 전년의 1659억 8500만원보다 5.0% 감소했다.

지원금은 기업의 자체 지원금 1538억 9400만원과 문화예술위원회 기부금 37억 9600만원을 더한 액수로 특히 기업 지원금은 전년보다 11.5% 줄어 2008년 이후 2년 연속 하락했다. 지원 기업수도 420개사로 2008년의 469개사보다 10.4% 감소했다.

홈플러스 문화센터 어린이 난타교실
메세나협의회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경기불황이 장기화하고, 신종 인플루엔자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예술 단체 지원이나 공연 후원, 협찬 활동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의 지원 건수는 2706건으로 전년보다 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세나협의회는 "기업이 소액이라도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유지확대하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업 중 메세나협의회 회원사는 전체의 63.3%이고, 총 지원금의 90.2%를 차지해 기업당 평균 지원금이 비회원사에 비해 5.3배 높았다.

기업의 지원 규모는 총 1003억 4000만원(66.0%)인데 상위 10대 기업이 796억 5000만원으로 총지원금의 51.7%를 차지했고, 기업출연 문화재단은 535억 6000만원으로 34.0%를 차지했다.

기업 중에선 5년 연속 1위를 달리던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홈플러스가 1위였다. 홈플러스는 문화센터 예술교육 운영과 예술강사 교육 및 소외계층 대상 무료강좌를 지원했다. 이어서 2위는 울산 현대예술관 운영과 문화나눔 사업을 지원한 현대중공업이, 3위는 포항 효자아트홀과 광양 백운아트홀을 운영해 지역사회 문화지원 사업을 펼친 포스코였다.

장애청소년 대상 음악재능 발굴 사업을 진행해 온 삼성화재해상보험이 4위, 기초예술 장르별 지원사업을 한 SK텔레콤이 5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한화, 현대자동차그룹, KT, 현대백화점, 한국전력공사가 6~10위였다. 삼성화재해상보험, KT, 한국전력공사가 10위 권에 진입했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26층 회의실에서 한화그룹 사회봉사단장 김연배 부회장(가운데)이 한국메세나 협의회 박영주 회장(왼쪽),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의 송자 이사장(오른쪽)과 'Happy Tomorrow"협약식을 체결하고 있다.
문화재단 중 1위는 리움 등 미술관 운영을 해온 삼성문화재단이, 2위는 문화복지 사업,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 LG연암문화재단, 3위는 음악영재 발굴과 영아티스트 육성 사업에 집중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었다. 전년과 동일한 결과다.

분야별로는 미술ㆍ전시 분야가 371억 7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문화예술 관련시설 운영지원비 327억 8000만원, 유통업계의 문화센터 고객 대상 문화예술교육 326억 5000만원 순이었다.

무용, 미술/전시, 문학, 연극, 영상/미디어 분야는 전년 대비 지원금이 상승했고 국악, 서양음악, 뮤지컬, 인프라, 전통예술, 문화예술교육 등은 하락했다. 특히 국악, 전통예술 분야의 지원규모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돼 소외장르에 대한 지원이 예술계 전반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메세나협의회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재 계류 중인 '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메세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발의된 이 법률안은 기업의 예술 기부금 및 지원액에 대한 조세 혜택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메세나법 제정되야 문화발전"

박영주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
"국가의 미래 신성장 동력인 문화산업이 성장하려면 기초 예술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메세나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메세나협의회 박영주 회장(이건산업 대표이사회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의 역점 사업에 대해 "회원사들에게 좀더 많은 서비스가 돌아가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메세나 활동을 보완하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게 회장단의 역할"이라며 '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메세나법) 제정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메세나 법률안은 기업의 예술 기부금 및 지원액에 대한 조세 혜택 내용을 담고 있으나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회 계류 중이다.

박 회장은 "프랑스의 경우 기업의 예술 지원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세제지원책을 도입하면서 기부금이 전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프랑스, 영국, 미국 등 문화 선진국들은 세제지원을 통해 민간의 문화산업 지원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 기업이 메세나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지원을 확대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메세나협의회의 내실화와 관련, 중소기업 메세나를 활성화하고 소외장르 지원을 확장하며, 지방 메세나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2005년 10월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메세나협의회를 이끌어 왔고 지난해 7대 회장으로 연임돼 최장수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2005년에는 세계적인 메세나 인사에게 수여하는 '몽블랑 예술후원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