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채진목

식물을 공부하는 사람이다 보니 많이 받는 질문들이 있다. "땅이 좀 있는데 어떤 나무를 심으면 좋을까요?", 관련분야에 계신 공무원이라면 "가로수로 새롭고 좋은 나무가 없을까요?" 대답은 실망스럽게도 "잘 모르겠습니다"이다.

혹 어떤 나무를 심고자 하는데 의견을 물으신다면 소신껏 이야기를 드릴 수 있지만, 무조건 나무를 추천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각각이 느끼는 나무의 가치와 느낌이 다르니 우선 어렵고, 좋게 생각되어지는 나무가 있어도 심어야 할 각각의 땅들이 모두 조건이 다르니 잘 알지 못하는 땅에 나무를 추천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더욱이 그 나무를 심어 나중에 큰 수익을 얻고자 하는 속마음이 있다면, 나무값은 그때 당시의 여건과 유행 등에 따라 크게 오르락 내리락 하니 그것까지 식물학자가 예측을 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채진목을 소개하면서 서언이 너무 길었지만, 이 나무를 처음 보고 생각한 것의 하나가 참 좋은 나무인데 왜 아무도 심지 않고, 키우지 않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채진목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매우 귀한 분포를 가진 나무이다.

하지만 한라산에 꽤 높은 고도까지 올라와 자라고 중부지방에서 키우는데 월동에 문제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니 월동의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된다. 적절히 큰 키에 온갖 봄의 꽃나무들이 지고 난 다음에 이어서 흰 꽃이 나무 가득 피어나고 공원이든 정원이든 심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아무래도 우리가 새롭게 심을 수 있는 우리나무들을 발굴하는데 너무 소홀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채진목이란 다소 독특한 이름의 유래를 찾다가 더욱 그 소홀함에 부끄러운 마음이 와락 일었다. 채진목이란 이름은 일본에서 장군의 지휘봉끝에 달린 수술을 채배라고 하는데 '채배'같은 나무란 뜻을 가진 '采振木'이란 한자 이름을 한글 소리나는 대로 불러 그리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원산지가 있는 왕벚나무가 일본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나무가 되었듯이 나무나 풀이나 우리가 어떻게 의미를 만들고 아끼고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채진목은 장미과에 속하는 중간키 나무이다. 그래서 꽃만 보면 배꽃을 닮았다. 꽃은 보통 접하는 장미과 식물들보다 조금 크다고 생각하면 되고 흰 꽃에 많은 수술이 눈에 들어온다. 달갈형으로 밑부분이 심장모양인 오목한 잎은 손가락 길이쯤 커서 어긋나게 달려 오히려 평범하다.

아주 진한 자주색으로 익는 열매는 엄지 손톱만큼 작지만 자세히 보면 그 구조들이 사과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열매는 달짝하기까지 하여 맛있으니 그냥 먹을 수도 있고, 잼이나 그밖에 파이같은 음식을 만드는데 이용하면 좋다고 한다. 심어 놓으면 봄에 보는 꽃, 가을에 익는 귀여운 열매들과 노란색 계열로 물드는 단풍 등이 두루두루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열매를 찾는 새를 부르기도 한단다.

지금쯤 채진목은 풋사과처럼 열매가 익기 시작했겠다. 채진목을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생지가 한정되니 자생지외 곳곳에 안전한 도피처를 만들고, 그 곳에서 자라는 나무를 보며 사람들은 위로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