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신사임당 신화 실체 밝혀, 기록 밖 조선 여성의 삶 복원

● 조선 여성의 일생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펴냄/ 2만 3800원

역사를 뜻하는 영어단어 history는 his story를 어원으로 한다. 이 말은 이제까지 모든 역사의 주체가 남성임을 보여준다.

역사는 기록된 유물들을 재해석하는 과정의 연속인데, 기록을 하는 데 쓰이는 문자를 결정적으로 남성, 더 정확하게 기득세력의 남성이 독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록 밖으로 밀려나 기억 저 편에 있던 여성들, 그 일상을 새로운 상상으로 일구어낸다.

기록의 주체로 활동하는 일과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원천봉쇄된 사회에서 여성들의 '자기 이름 남기기'에 대한 욕망은 처절했다. 18세기 대문호 김창협의 딸, 김운은 아버지에게 자기 묘지명을 지어 달라 부탁한다.

"달리 이름을 후세에 남길 방법이 없는 여성의 몸이니, 아버지보다 먼저 죽어서 아버지의 묘지명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나은 일일 것"이라면서 말이다.

강정일당과 임윤지당 같은 인물도 이 같은 욕망을 드러냈다. 둘 다 조선의 여성 성리학자로 꼽히는데, 강정일당은 "아무리 여성이라도 무슨 일인가 이룰 수 있다면 성인(聖人)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남편에게 말한다. 그녀는 남편의 엄한 스승 노릇을 하며 학자로서 삶을 살다 갔다.

이름이 어떻게 남겨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일 터, 이 책은 5만원 권의 신사임당이 우리에게 현모양처로 기억되는 것은 16세기 노론계 영수 송시열과 그 제자들의 해석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임당의 그림이, 정확히 그 그림에 대한 중국의 평가가 정통 유학파 송시열과 같은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그 평을 축소하기에 이른다.

18세기 노론 계열 인사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담론화되어 김진규, 신정하, 송상기를 거쳐 사임당 그림에 대한 담론 생산과 유통은 율곡을 숭배한 노론 계열의 학자들에 의해 폐쇄적으로 이루어졌다. 책은 그 과정을 하나하나 복원해가며 신사임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조선시대 여성 관련 자료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은 노동하는 여성들이다. 책은 고관대작 여인뿐 아니라 길쌈, 바느질, 염색, 이자놀이, 출장요리, 농사일 등 여성들의 노동과 놀이를 담은 자료를 추적한다. 시모임이나 노래 감상 등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대표적 놀이다. 규방의 놀이문화를 담은 <규문수지여행도>, <종정도> 등 조선시대 여인들이 즐기던 놀이판도 소개한다.

주류 역사는 기득세력의 눈에 비친 파편화된 사실의 기록이다. 같은 의미로 조선의 대문자 역사 속 여성은 조선 양반 남성의 욕망이 투영된 반 쪽짜리 여성상일 터다. 이 책은 남성들의 유흥에 동원된 기녀에서 여성 노동자, 최고 지성의 저술가, 예술인까지 조선시대 여성들의 삶을 오늘의 시각으로 새롭게 복원해낸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상 수상 작품집
아오야마 고지 외 6인 지음/ 양윤옥 옮김/ 자음과 모음 펴냄/ 1만 2700원

소설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1974년 재정된 동명의 문학상. 이 책은 26회부터 23회까지 수상작 7편의 단편 소설을 묶었다. 이나바 마유미, 다나카 신야, 쓰지하라 노보루 등 일본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실렸다.

● 르몽드 세계사 2.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최서연, 이주영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2만 5000원

프랑스 진보 국제관계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기획한 세계사 백과사전. 2008년 선보인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경제위기 영향과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역학관계를 다룬다. 아프리카에 포커스를 맞추고 전환점을 맞이한 아프리카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한국출간을 기념해 6편의 한국어판 특집글을 별도로 실었다.

● 유한성 이후
퀑탱 메이야수 지음/ 정지은 옮김/ 도서출판b 펴냄/ 1만 8000원

데카르트, 칸트, 흄에 대한 비판적 독서를 통해 형이상학적 신과는 다른 절대자, 절대적인 것을 추론한 철학서. 저자는 모든 절대자에 대한 사유를 폐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상관주의를 비판의 표적으로 삼으며 사변적 사유에 의해 절대자를 회복시키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68세대 철학 이후 존재론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를 보여주며 주목받은 철학자로 등장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