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이정옥 방송협회 사무총장, 파리특파원 종군기자 등 30년 기록

● 여자 특파원 국경을 넘다
이정옥 지음/ 행간 펴냄/ 1만 3000원

세계의 전쟁 지역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현장의 긴장감을 전하는 종군는 남자들이 많지만 기억에 남는 종군는 어쩐지 여자들이다. 어쩌면, '여자가 어떻게 그 위험한 곳에 갔을까'라는 무의식의 편견이 작동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자가 어떻게'라는 편견과 맞서 싸워온 이들 중엔 이정옥 현 방송협회 사무총장도 있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파리를 방문했던 2000년 봄, 대사관에서 열린 파리특파원 간담회 자리엔 10여 명의 파리특파원들이 모였다. 그곳에서 대통령도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코소보 갔었지요? 내가 걱정 많이 했어요"라고.

'여자' 이기보다 단지 이고 싶은 이 땅의 여들보다 앞서 치열하게 의 길을 걸었던 이정옥 사무총장. 방송 생활을 시작한 지 30년, 파리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10년이 된 시점에서 기억을 되짚어 한 달 만에 책을 써 내려간 이유도 이와 동떨어져 있지는 않을 거다.

KBS 보도본부에서 여로서는 처음으로 숙직했던 경험, 여라는 이유로 말랑말랑한 기사만 주어졌던 관례에 반기를 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는 '국제부 여, 세상에 마이크를 켜다'로 묶여 있다.

7년 차에 얻은 파리 학교 연수 기회로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떴던 '세계를 향한 첫 장', 파리특파원 시절에 경험한 파리 월드컵과 방송현장은 '파리 특파원, 이정옥입니다', 이란인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이슬람문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여자 특파원 차도르를 입다', 전쟁 포화 속에서의 숨 막히는 취재 현장을 담은 '전쟁과 지진의 현장으로'와 '전쟁의 포화 속으로', 예멘에서의 '국제인질 납치사건 취재'까지 지난 세월이 6개의 장으로 나뉘어 담겼다.

여가 전쟁 지역에 취재를 나가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걸프전 이후 취재현장에 변화가 오면서부터다. 그녀에겐 파리특파원을 통해 기회가 주어졌다. 3년간의 파리특파원 시절은 프랑스나 유럽뿐 아니라 중동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전쟁과 지진이 일어나면 언제든 달려가야 하는 비상대기조와 같았다.

1998년 12월 새벽 1시, 미국의 이라크 공습으로 급히 짐을 싸서 이라크 접경지역인 요르단으로 가야 했고, 이듬해 나토군의 유고 공습이 일어나던 비극의 땅 코소보와 국경에서 보낸 시간들은 그녀의 생애 가장 참담하고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십수 년이 흘렀지만 그녀가 되새김질하는 전쟁의 기억은 마치 전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듯, 여전히 서늘한 긴박함이 서려 있다.

● 1Q84 3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 5800원

지난 해 발매된 소설 <1Q84>의 3권이 발매됐다. 덴고와 아오메미의 장이 교차됐던 1,2권과 달리 덴고와 아오마메, 제 3의 인물이 매 장을 번갈아 진행된다. 1Q84의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아오마메, 아오마메를 뒤쫓는 선구, 아오마메를 지키는 다마루와 노부인, 자신을 둘라싼 세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덴고, 덴고를 수호하는 후카에리 등 이야기는 숨 돌릴 새 없이 가쁘게 넘어간다.

● 공간, 장소, 경계
마르쿠스 슈뢰어 지음/ 정인모, 배정희 옮김/ 에코 리브르 펴냄/ 2만 5000원

사회학에서 공간은 왜 망각되고 있는가? 현대 사회학에서 공간이 계속성과 지속성을 획득하기까지 지나온 긴 여정을 정리했다. 이 연구에서 공간 이해가 가져오는 결과는 무엇이며, 가까움과 장소의 특권을 포기하면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물음이 중심을 이룬다.

●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지음/ 해냄 펴냄/ 1만 2000원

1940년대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백정의 자식임을 숨기고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 남편의 내력을 뻔히 알면서 금전적 자유를 위해 결혼한 신여성 어머니, 희멀건 얼굴에 훤칠한 키로 누구보다 센티한 형, 열일곱에 이미 유년을 마감한 채 허랑방탕한 생활을 하는 주인공. 모순과 냉소가 맞물린 '모던 가정사'가 펼쳐진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