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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사건의 판을 짜는 사람들

[신간 안내] 냉소적 아포리즘 현대 사회 단면 서늘하게 드러내
● 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2000원


박민규, 김중혁, 김언수로 흐르는 일련의 흐름은 2000년대 한국 소설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장르적 상상력이 빚어내는 만화적인 캐릭터, 그들이 발화하는 '대사'는 흡사 만화를 연상케 한다.

이들 소설 속 인물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기민하게 대응하지도, 그렇다고 70~80년대 리얼리즘 소설 속 인물처럼 '사회 전복'을 시도하지도 않는 찌질한 인물들이다. 그 인간 군상을 통해 작가들은 선과 악, 시비와 호오가 불분명한 21세기 현대사회를 드러내고 있다.

각 시대마다 시장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군이 있었다면 2000년 대, 이 두 가지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는 작가는 단연 이들 '무리'다. 그러나 각종 문인들의 이름을 딴 '문학상' 수상 등에 있어 문단이 이들에게 보인 평가는 야박했다.

신간 <설계자들>은 <캐비닛> 단 한 권으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은 김언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박민규와 김중혁 등이 이제 막 문학상을 휩쓸기 시작하며 문단의 평가를 받기 시작한 반면, 김언수는 문학동네 블로그에 이 작품을 연재하며 조용히 소설쓰기에 매진했다.

소설의 제목인 '설계자'는 암살 사건의 판을 만드는 이를 일컫는다. 돈을 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의뢰 받아 이를 처리할 전체적인 구성을 짜는 사람이 설계자다. 그들의 설계가 '자객'들에게 떨어지고 자객은 암살을 실행한다.

무릇, 역사를 뒤흔든 사건에는 항상 설계자들이 있었으니, 이야기는 일제시대 거대한 암살청부 집단 '개들의 도서관'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래생(來生)은 고아 출신으로 도서관장인 너구리 영감의 양자. 하여 래생은 자연히 암살자의 길을 걷는다.

민주화와 함께, 개들의 도서관은 설계와 암살의 중심부에서 밀려난다. 대신 기업형의 보안회사로 성공리에 탈바꿈한 한자의 회사가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른다. 한자는 개들의 도서관 출신으로 유학파 경영인이다. 래생이 전직 장군의 암살 설계를 변동하면서, 한자의 회사와 너구리 영감의 도서관은 충돌한다.

이미 래생은 아버지 같았던 훈련관 아저씨와 설계 대상을 살려줬다, 설계 명단에 오른 추를 한자에게 잃었다. 가장 친한 친구 정안마저 한자와 한자의 암살자인 '이발사'에게 살해당하자, 래생은 도서관과 별개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빠르고 서늘하게 전개된다. 이전 <캐비닛>이 언어유희로 가득 찬 변사의 목소리가 이야기의 재미를 더했다면, <설계자들>은 한층 압축되고 냉소적인 아포리즘으로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홍차에는 제국주의의 숨결이 스며 있지. 그래서 이토록 감미로운 거야. 무언가 감미로우려면 아주 많은 살육이 그 속에 숨겨져 있어야 하거든' (17~18페이지)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죽이 게 될까요?/ 아니. 점점 더 적은 사람을 죽이게 되겠지. 하지만 돈은 점점 더 많이 벌게 될 거야./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실력이 나아질수록 더 가치 있는 사람들을 죽이게 될 테니까.' (187페이지)

"나는 이제 선과 악의 구분, 명확한 정의와 분명한 진실을 믿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420페이지)처럼, 소설 속 사건들이 빚어내는 복잡다단한 이야기, 이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인물들의 성정은 현대사회의 단면을 서늘하게 드러내고 있다.

●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양방언 지음/ 시공사 펴냄/ 1만 2000원


영화 <천년학>, KBS다큐멘터리 <차마고도> 음악감독으로 알려진 아티스트 양방언은 이미 뉴에이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이 책은 음악 인생 30년, 한국 활동 10년을 맞아 그의 성장 스토리를 쓴 에세이다. 조총련계 학교에서 일본대학으로 진학, 의사에서 뮤지션으로, 연주가에서 작곡․편곡가로, 프로듀서에서 영상 음악가로 성장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올드 파리를 걷다
진동선 지음/ 북스코프 펴냄/ 2만 원


사진작가, 평론가, 전시기획자 진동선의 사진 에세이. 저자는 근대 상징인 파리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사진과 글로 풀어낸다. 저자는 '올드 파리'의 잔영을 카메라에 담은 외젠 앗제(Eugene Atget, 1857~1927)의 흔적을 따라 파리를 추적한다. 몽마르트, 몽파르나스, 센 강, 오스만 대로를 거닐며 초현실주의 화가, 시인, 소설가의 흔적과 하층민들의 삶을 사진에 담았다.

● 새의 살인
윌리엄 베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작가정신 펴냄/ 1만 2000원


미스터리 스릴러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로 알려진 윌리엄 베이어의 장편. 뉴욕의 지방 방송국 여기자 팸은 우연히 록펠러센터 아이스링크에서 거대한 매 한 마리가 스케이트 타던 여자를 공격해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 영상을 촬영한 일본인에게 필름을 넘겨 받아 특종보도하게 된다. 팸은 더 큰 특종을 위해 매사냥꾼의 정체를 캐기 시작하고 매를 조정해서 여자를 살해한 매사냥꾼 제이 역시 팸을 잡아 자신만의 '인간매'로 길들이겠다는 욕망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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