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저자] 경제학자 장하준<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입문자에게 추천

장하준만큼 넓은 독자 스펙트럼을 가진 저자도 드물다. 스스로 '제도주의 정치경제학'이라 부르는 경제학을 구체화시킨 그는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를 경제상황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본다.

김수행, 정운영으로 이어지는 '정치경제학'이란 말의 뉘앙스에 비추어 그는 분명 비주류 경제학자이지만, 국내 어느 주류 경제학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역시 비주류 경제학자인 우석훈은 칼럼 '사회과학 르네상스는 오는가?'에서 이렇게 평한 바 있다.

'5000권을 넘기면, '50명의 글쟁이' 안에 들어간다. 고종석 같은 저자가 대충 그 선에 서 있는 걸로 안다. 1만 권을 넘기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 그 이상의 경지는 하늘이 하는 일이다. 장하준은 그래서 '신 중의 신'이라 불린다.'

그는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절충안인 '산업정책이론'을 구체화한 로버트 로손 아래서 연구했다. 로손은 영국의 마르크스 경제주의 경제학자다. 정신적 스승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꼽는다.

그는 1997년 세계은행 부총재 시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외환위기국에 대한 IMF의 고금리 및 재정긴축 처방을 비판했던 인물이다. 당시 개발도상국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치면서 세계은행 부총재에서 밀려났다.

장하준 교수는 '유치경제론'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산업발전 수준에 따라 단계적 규제와 통제, 보호정책을 펼친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2003년 <사다리 걷어차기>로 뮈르달 상을 수상하며 경제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유치경제이론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선진국들이 부를 쌓는 과정에 보호무역과 재산권 보호와 같은 '사다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선진국은 자신들의 부를 획득한 후, 후진국이 그 사다리를 딛고 올라서려 하자, 걷어 차버렸다는 것이 주 내용. 이 실증적 연구를 토대로 저자는 세계화,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적 찬사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를 기술한다.

딱딱한 경제학 서적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저자의 타고난 '글발'에 있다. 신랄하면서도 명료한 분석, 가족사 인용 등 쉬운 비유, 풍부한 사료는 '우울한 경제학'을 '미워도 다시 한 번' 읽고 싶게 만든다.

이 책을 비롯해 이후 발간된 일련의 저서는 모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제 그의 책은 출간과 동시에 경제경영인에게 필독서로 꼽힌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2004), <개혁의 덫>(2004),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공저), <국가의 역할>(2006),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2008) 등이 있다.

입문자에게는 <사다리 걷어차기>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추천한다. 전자는 저자의 전체 저서를 알려주는 방향타 같은 책이고, 후자는 대화체로 되어 있어 경제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한 나절이면 읽을 수 있다. 두 권을 '뗐으면', 나머지 책들은 경제 시류에 맞춰 찾아보길 권한다. 최근 탈고한 책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그들이 자본주의에 관해 알려주지 않는 스물세 가지)>은 9월부터 세계 각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공부한 지 4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기 전인 27세에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경제학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에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하기도 했다.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아들로 동생인 장하석 씨는 런던대 과학철학과 교수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사촌지간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