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거문도 작가, 해산물과 바다를 둘러싼 사람 이야기 맛깔나게 버무려

●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한창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3800원

작가 김용택에게 섬진강이 있고, 현기영에게 제주가 있다면 한창훈에게는 거문도가 있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음악실 DJ, 트럭운전사, 배의 선원과 포장마차 사장을 거쳐 작가가 됐고, 다시 4년 전 고향으로 돌아가 낚시와 채집을 하며 살고 있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부터 <나는 여기가 좋다>, 장편 <열여섯의 섬>과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까지 그의 작품 9할은 섬과 바다가 차지한다.

신간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는 이런 작가의 이력을 십분 발휘한 에세이다. 손암 정약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밑천 삼아 30여 종의 해산물('인어'만 빼고)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섬 생활을 풀어놓았다.

'모양은 긴 칼과 같고 큰 놈은 8~9자이다. 이빨은 단단하고 빽빽하다. 맛이 달고 물리면 독이 있다. 이른바 꽁치 종류이나 몸은 약간 납작하다.'

'길이는 열 자 정도다. 한 뿌리에서 잎이 나오고 뿌리 가운데에서 줄기가 나오며 줄기에서 두 날개가 나온다. 날개 안은 단단하고 바깥쪽은 부드럽다'

전자는 갈치, 후자는 미역에 관한 손암의 설명이다. 이 책의 부제는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정약전이 유배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쓴 200년 후, 작가 한창훈은 그만의 자산어보를 새로 쓰기 시작한다. 바다 생물에 얽힌 30가지 에피소드는 거의 모두 자산어보의 인용에서 시작한다. 낚시와 채취, 요리법과 바다를 둘러싼 사람 이야기가 맛깔나게 버무려진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섬에서는 회를 조선간장, 마늘, 설탕, 고춧가루, 생강, 깨 따위로 만든 양념장과 함께 먹는 것을 최우선으로 친다는 것. 다음으로 치는 것이 묵은 김치나 고추냉이 간장을 곁들여 먹는 것. 섣불리 초고추장에 먹겠다면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소리를 듣게 된다니 주의해야 한다고.

갈치, 고등어, 꽁치, 문어, 볼락, 삼치, 홍합 등 익숙한 해산물부터 처음 보면 어떻게 먹어야 할지 어리둥절한 거북손, 건드리면 보라색 체액을 울컥 쏟아내는 군소 등 도시인에게 신기한 해산물까지 작가의 손을 거쳐 기록되면, 저마다의 고유한 이력과 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아닌 게 아니라 홍합은 바다에서 요물로 통한다. 생긴 것 때문에 생긴 말이려니 싶지만 그게 아니다. 몸통과 알크기가 빗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껍데기는 큰데 삶아놓으면 알이 조그마할 때가 종종 있다. 보통 샛바람(동풍)이 불고 나면 살이 쪼그라들며 엉덩이 부분에 까만 똥이 찬다. 하늬바람(북서풍)이 불면 다시 살이 찬다.' (117~118페이지)

'따개비, 고둥 따위가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인데 그 중 독보적인 게 바로 거북손이다. (…) 어떤 양념도 필요없다. 자신이 쫀득거리는 고기이면서 조미료요, 감미료이다.' (215~216페이지)

한 일간지에 연재된 이 에세이들은 책으로 묶이며 이야기가 보태졌다. 바다를 껴안고 사는 작가의 이야기는 아련한 향수와 위로를 준다.

● 찰스 다윈 평전 (전 2권)
재닛 브라운 지음/ 임종기 옮김/ 최재천 감수/ 김영사 펴냄/ 3만 5000원

다윈이즘 연구가인 하버드대 재닛 브라운 박사가 쓴 찰스 다윈 평전. 총 2권으로 나눠 다윈의 생애를 복원했다. 1권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에서는 다윈의 탄생부터 비글호의 박물학자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2권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에서는 그의 저서 <종의 기원> 출간부터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과 말년의 삶을 담았다.

●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 펴냄/ 1만 3000원

저자는 돈을 포기한 삶을 실천하기로 하고 브리스톨 하버에 정박했던 집배를 팔아 '프리코노미 커뮤니티'(Freeconomy Community)란 웹사이트를 열었다. 그는 돈 없이 사는 실험을 기획하고, 1년 동안 프로젝트를 기획, 실천해 이 책을 썼다. 노머니 원칙, 화석연료 반대 원칙 등 이 프로젝트의 원칙들. 책을 통해 얻은 수익은 프로코노미 커뮤니티의 오프라인을 만들기 위한 기금으로 들어간다.

● 동화처럼
김경욱 지음/ 민음사 펴냄/ 1만 1000원

지난해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김경욱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현실'과 '현실처럼 냉혹한 동화' 사이를 오가는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 2번 이혼하고 3번 결혼하는 주인공을 통해 동화에서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행복한 결혼 이후'를 그리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