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문학동네> '젊은 작가 특집'에 실린 자전소설 21편 두 권에 담아

● 자전소설1,2
성석제, 박민규 등 지음/ 강 펴냄/ 각 권 1만 2000원

국내 순수문학 작가들이 거치는 몇 가지 코스 같은 것이 있다.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으로 등단을 하고 몇 년간 무명 시절을 보낸다.

신춘문예로 등단하면 해당신문에 작품이 실리고, <현대문학>에 새로 작품 한두 편을 실을 기회가 오지만 거기서 거기다. 어찌 어찌해서 발표한 단편소설이 8,9편 모이면 이를 묶어 첫 소설집을 낸다. 그 책을 보고 출판사에서 청탁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번째 소설집이나 장편을 내면 '본격적으로' 신인작가로 이름을 알린다. 꼭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런 경로로 작품을 발표하고, 제 이름을 알린다. 그러니 독자들이 처음 듣는 작가도 문청시절까지 합치면 얼추 10여년의 내공을 자랑하는 이들이다.

이후 신인 작가에서 '촉망받는 신인작가'로, 나아가 중견작가로 가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문예지의 '젊은 작가' 코너다. 몇몇 작품집에 대한 해설과 인터뷰 등이 실리고, 신작 작품이 발표된다. 문예지 <문학동네>는 이 신작 작품을 꼭 자전소설로 써달라, 부탁한다. 작가의 문학 원형과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니 작가에게는 이보다 고약한 요구가 없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 이보다 재밌는 읽을거리도 없을 터다.

서두가 길었다. 신간 <자전소설>은 문예지 <문학동네>의 코너 '젊은작가특집'에 실린 자전소설을 모은 책이다. 김사과, 정한아, 윤이형 등 신인작가부터 하성란, 김연수, 박민규, 이혜경, 성석제, 방현석 등 중견작가까지 대표적인 작가들의 이야기가 망라돼있다.

첫 번째 책에는 박민규의 '축구도 잘해요'를 비롯, 김경욱의 '미림아트시네마', 성석제의 '홀림', 박현욱의 '벽', 정이현의 '삼풍백화점' 등 10편의 작품이 실렸다.

김숨은 '럭키슈퍼'를 통해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과자와 사탕으로 가득 찬 슈퍼는 아이들에게 헨젤과 그레텔의 집으로 통했지만, 동네 구멍가게 집 딸로 자란 작가에게 그곳은 삶의 공간이다. 엄마 몰래 오징어 발을 뜯어 먹으며 가게를 보며 자란다.

그런가 하면 김연수는 제과점 막내아들로 원없이 빵을 먹으며 자랐다. 2권에 실린 김연수의 자전소설 '뉴욕제과점'은 김천 뉴욕제과점을 배경으로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김천 역 근처 자리 잡은 뉴욕제과점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과 후퇴, 5공 시절과 YS의 세계화 물결 등 한국사와 함께하며 희노애락을 했고, 어머니의 투병생활과 함께 그 운을 다한다. 2권에는 하성란의 '오, 아버지', 전성태의 '아이들도 돈이 필요하다', 천명관의 '二十歲', 김사과의 '매장(埋葬)' 등 11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객관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 이야기들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는 작가와 세계와 글 사이 맺어지는 친화와 소회, 삼투와 배척, 싸움 속에 맺어지는 항쟁과 화해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 끝까지 이럴래?
김연, 한창훈 외 11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 2000원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작품집. '집'과 '성장'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이 묶였다. 김연, 한창훈, 김곰치, 박정애, 심윤경, 박민규, 권리, 조두진, 조영아, 서진, 윤고은, 주원규, 최진영 등(1회, 5회 수상자 없음) 역대 수상자 13인이 모두 참여했다.

● 타샤의 그림 정원
타샤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윌북 펴냄/ 9800원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타샤 튜더의 10번째 작품집. 타샤 튜더가 읽은 도서 중 자신에게 지혜를 준 구절을 뽑아 자신이 그린 수채화 50여 점과 함께 실었다. 셰익스피어, 소로, 오스카 와일드 등 작가들이 남기 잠언들이 담겨 있다.

●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펴냄/ 1만 8000원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신작. 우주의 기원을 풀며 호킹은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우주는 하나의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한 역사들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양자이론의 틀을 빌어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풀어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