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날카로운 위트와 풍부한 상상력, 짙은 휴머니즘 돋보여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7일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선정됐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가를로스 푸엔테스 등과 함께 1960~7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붐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인 그는 줄곧 노벨문학상 유력후보로 거론돼왔다.

1936년 페루의 아레키파에서 태어난 작가는 두 살 때 외교관인 할아버지를 따라 볼리비아로 갔다. 아홉 살에 귀국해 수도원 부설 학교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고, 1950년 리마의 레온시도 프라도 군사학교에 진학했다.

1953년 리마의 산마르코스 대학교에 입학해 문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때 쿠바의 카스트로 정부를 지지한 좌파였지만, 1971년 쿠바의 한 젊은 시인이 시집에서 쿠바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고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우파로 돌아선다.

1990년에는 신자유주의식 개혁을 주장하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알베르토 후지모리에게 패했다. 현재 프리스턴 대학에서 중남미학을 가르친다.

작가의 삶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려주는 지도와 같다. 일례로 유년시절 군사학교에서의 경험은 1963년 내놓은 첫 장편소설 <도시와 개들>에 녹아 있다. 외부와 단절된 군사학교를 배경으로 시험지 유출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위선과 도덕적 부패, 폭력으로 얼룩진 페루의 정치 현실을 풍자한 이 작품으로 요사는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몇몇 예외가 되는 작품이 있지만, 그의 조국 페루는 문학의 중심을 이룬다. 페루는 다양한 인종으로 이뤄진 다문화 사회다. 케추아 원주민 말을 사용하는 대다수 국민 위에 지배계급인 백인이 있으며, 소수의 아시아계와 흑인, 아마존 원주민도 있다. 이 인종적 다양성은 해안의 사막지대, 안데스 산맥지대, 아마존 밀림이란 지리적 구성과 맞물리며 더 복잡다단해진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은 대부분, 이런 수많은 세계가 서로 충돌하며 공존하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중남미 문학을 논할 때 독자들은 흔히 '마술적 리얼리즘'을 떠올리지만, 요사의 작품은 이와 좀 다르다. 사실적인 표현 방식, 빠른 사건 전개, 치밀한 구성이 특징인 요사의 문학은 날카로운 위트와 재치, 풍부한 상상력, 짙은 휴머니즘 정신을 보여준다. 이는 붐 소설로 함께 묶인 마르케스와의 변별지점이기도 하다.

유럽과 영미 모더니즘 소설의 영향을 받은 후 그는 19세기 리얼리즘 특징을 20세기 역동적인 문학 기법과 결합시킨다. 다양한 관점, 내면 독백, 내면적 대화 같은 기법을 사용한다. 몽타주 효과, 비연속적이고 파편화되거나 서로 뒤얽힌 복층적인 서사를 구사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페루 사회에 국한됐던 그의 초기 작품 세계는 세계적인 사회·정치 문제를 거쳐 1970년대에는 풍자의 단계로 옮겨간다. 1974년 <판탈레온 봉사대>를 발표하며 유머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특정한 사회, 정치적, 사랑의 문제를 문학적 문제나 수수께끼와 뒤섞는다. 1981년 출간한 소설 <세상 종말 전쟁>은 스스로 꼽는 대표작 중 하나.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인류의 경향과 환상에 기댄 사람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탐구는 평론가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1988년 출간된 <새엄마찬양>은 에로티즘을 통해 문학성에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에로티즘은 사실주의, 유머와 더불어 요사 소설의 특징으로 꼽힌다. 2000년에 내놓은 정치 스릴러 소설 <염소의 축제>는 1930~1961년 도미니카공화국을 통치한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를 다룬 것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후, 작가의 소설이 번역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겠다. 바르가스 요사는 해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두 권 정도 읽어보았거나, 적어도 이름은 들어보았을 친숙한 작가니까. 그의 작품은 지난 6월 출간된 <새엄마 찬양>과 출세작 <녹색의 집>을 비롯해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세상 종말 전쟁>,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등 이미 10권 가까이 번역, 출간돼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