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32년 도미니카 공화국 독재자 암살 과정 모티프로 쓴 소설

염소의 축제 1, 2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문학동네 펴냄/ 각 권 1만 2000원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2000년 발표한 소설이다. '권력 구조의 지도를 그려내고 개인의 저항, 반역, 좌절을 통렬한 이미지로 포착해 냈다'는 한림원의 발표를 생각하면, 이 책 <염소의 축제>는 요사의 문학을 집대성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등단작 <도시와 개들>을 비롯해 초기 사회 고발적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는 중반기 이후 성과 유머 등 다양한 주제와 코드에 눈을 돌렸는데, 이 작품을 발표하며 다시 진지한 주제로 돌아온다.

3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모티프로 쓴 소설이다. 참고로 트루히요는 193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도미니카 공화국을 32년간 통치했던 무소불위의 독재자였다.

제목 '염소의 축제'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염소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트루히요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던 별명이다. 이들에게 염소는 번식과 생명력의 상징이자 악마주의의 육욕적 관점의 상징이다. 트루히요는 성욕과 남성적 능력을 자랑하는 인물로 자신의 정력과 국가의 건강을 동일시한다.

각료와 딸을 비롯해 여자들을 성적으로 정복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공고함을 확인하는데, 이 관점에서 '염소의 축제'는 독재자가 권력을 영속시키기 위해 벌이는 희생제의다. 소설은 독재를 비판하는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에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를 고발하고 있다.

14살 소녀 우라니아 카브랄은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며칠 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아버지는 30년간 트루히요 체제에 봉사했으나,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총애를 잃어버린 각료다.

우라니아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해후하지만, 아버지를 향한 그녀의 상처와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라니아의 갑작스러운 도피와 집안의 몰락을 받아들여야 했던 고모와 사촌들은 그녀를 추궁한다. "무슨 일이 있던 거니?" 우라니아는 입을 연다. 자신은 '염소의 축제'의 희생양이었다고.

'염소의 축제'의 또 다른 의미는 역설적으로 트루히요 체제의 붕괴를 뜻한다. 소설에는 7명의 트루히요 암살자가 등장하는데, 이는 1961년 트루히요 암살 사건에 개입됐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쓴 것이다. 기존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일단의 암살자들에게 독재자 염소의 죽음은 곧 축제를 의미한다.

작가는 암살자들의 회상을 통해 고문과 실종, 납치와 살해 등 도미니카 독재시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나는 인간 세상의 근본적 대립을 드러내지 않는 위대한 문학작품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2002년 영국 더 타임스 인터뷰 중에서)

<염소의 축제>는 요사의 문학관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자, 문학과 정치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내몸 아름답게 만들기
마이클 로이젠․메멧 오즈 지음/ 유태우 옮김/ 김영사 펴냄

<내몸 사용 설명서>로 국내 알려진 마이클 로이젠의 신간이다. 건강이 어떻게 아름다움에 기여하는지, 아름다움에 대한 과학적 기준을 제시하고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부 '내 몸 아름답게 만들기', 2부 '내 삶 아름답게 느끼기', 3부 '행복한 삶 살기' 등 몸, 마음, 삶의 차원에서 아름다움을 말한다.

한국의 48년 체제
박찬표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 5000원

최장집 교수와 함께 쓴 <어떤 민주주의인가>로 알려진 박찬표 목포대 교수의 저서다. 저자는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의 기원을 1948년 제헌 헌법 체제에서 찾는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를 정리하고(1부), 48년 체제하 정치 대표체제 구조를 분석했다.(2부)

지구야 오늘 뭐 먹을까?
김현경,소복이,이유진,최수산 지음/ 이매진 펴냄/ 1만 원

기후변화가 가져온 여러 변화 중 '밥상'에 관심을 가진다. 먹을거리야말로 날씨에 가장 민감하고, 거꾸로 기후변화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가까울수록 착한 먹을거리 이야기'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유기농과 로컬푸드 등 최근 먹을거리 운동에 관한 정보를 쉽고 간단하게 알려준다. 녹색연합 활동가 이유진, 한 살림의 김현경, 녹색연합 회원이자 한 살림 조합원 최수산 등이 집필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