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서로 다른 세대의 경험, 다양한 장르와 작업 방식 다채로운 이야기

예술가들의 대화
김지연, 임영주 엮음/ 아트북스 펴냄/ 1만 8000원

예술에 관한 대중의 통념 중 하나는 '현대미술은 난해하다'는 것이다. 예술은 사회의 반영이지만,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는 자신이 속한 지역과 계층, 성별과 교육의 정도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그려진다. 아름다움에 관한 가치 판단, 즉 미의식은 이런 테두리 안에서 생기는 법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도 적용되는 말이고 따라서 '고매한' 예술가의 정신세계를 '부박한' 우리는 알지 못한다, 고 대중은 스스로 알기를 거부한다. 여기에 각종 문예사조를 엮어 쓴 미술 논평은 그것이 분명 우리말로 쓰였음에도 독해가 불가능할 정도의 난해함을 자랑한다.

몇몇 대중적인 화가가 없지 않으나, 현대 미술은 영화, 연극, 문학에 비해 대중과 심각한 괴리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두가 길었다. 이 책은 현대 미술과 대중의 괴리감을 줄이고자 하는 일환으로 쓰인 책이다.

이 책은 원래 재작년 가나아트센터 25주년 기념 전시회 '통섭'에서 시작됐다. 원로, 중견, 신인 작가 12팀이 참여한 이 전시 기획을 맡으며 큐레이터 김지연은 작가들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고, 이 대담을 바탕으로 새로운 팀을 추가로 구성해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그 내용을 정리했다.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감탄할 때가 있다. 간단하고 쉬운 표현으로 자신의 작품세계와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대한 감동이다. 평론이나 작품을 통해서만 작가의 세계를 접했던 것과는 또 다른 방향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책은 세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예술가 장르를 말하다'에서는 '최종태, 이동재', '박대성, 유근택', '고영훈, 홍지연', '배병우, 뮌' 네 팀이 조각, 한국화, 서양화, 사진과 영상을 화두 삼아 이야기를 펼쳐간다.

2장 '예술가, 메시지를 전달하다'에서는 '이종구, 노순택', '안규철, 양아치', '임옥상, 김윤환' 등 대중, 사회 문제를 주제로 활동하는 작가 세 팀의 대담을 엮었다. 3장 '예술가, 미술의 의미를 묻다'에서는 '윤석남, 이수경', '사석원, 원성원', '홍승혜, 이은우' 세 팀이 다양한 미술세계와 함께 그 의미를 찾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로 다른 세대의 경험, 다양한 장르와 작업 방식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통속적으로 고흐의 생애가 비극으로 이해되고, 이 비극적 생애를 입구 삼아 사람들이 고흐의 작품에 다가간다면, 그런 통속화된 이야기를 통해 고흐의 작품을 이해하는 걸 비난하는 게 의미가 있겠는가.'

일본 화가 야노 시즈야키의 이 말은 현대 우리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때도 유효한 질문이다. 현대 미술에 대해 말할 때, 대다수 감상자들은 '작가와 작품 별개의 존재로 본다'는 무언의 합의된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려 하지만, 이 둘은 떨어질 수 없으며 이 둘의 관계를 열어둘 때에만 관객은 온전히 그들의 작품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터다.

예술이란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것이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 있고, 보편적 공통 감각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작품이 위대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들여준다.

프랑스 문학에서 만난 여성들
김순경 외 지음/ 중앙대 출판부/ 1만 7000원

무명에 가까웠던 프랑스 소설가 플로베르를 단번에 유명하게 만든 '마담 보바리'(1857년). 프랑스 철학자 쥘 드 고티에는 '플로베르 작품 속의 심리학'에서 보바리즘(Bovarism)'이란 용어를 탄생시켰다. 그는 보바리즘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성향'이 라고 규정했다.

수도원에서 설교보다는 연애적 몽상에 잠겼던 주인공 엠마는 '다른 곳'을 꿈꾼다. 그러나 '다른 곳'에 도달해도 결핍과 욕망은 채워지지 않았고, '또 다른 곳'을 갈망하게 되고, 그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음독밖에 없었다.

'문학과 여성'이라는 주제는 너무 익숙해서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문학에서 여성의 문제가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아직도 그것이 풀리지 않는 진행형의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연세대 불문학과 출신의 교수와 13명이 의기투합해 엮은 책이다. 필자들은 모두 여성이다. 프랑스 문학 속의 여성의 모습을 문학이론적 카테고리로 설정하지 않고, 필자마다 자유롭게 설정한 관점으로 다양하게 포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중세와 현대를 오가며 시대에 따라 변화한 가치와 사회상, 연애, 철학을 한 눈에 살펴볼 수도 있다. 딱딱한 논문 형식이 아니므로 프랑스 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서 다룬 작가들은 상드, 뮈세, 네르발, 플로베르, 졸라, 베를렌느, 말라르메, 프루스트, 보부아르, 뒤라스, 르 클레지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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