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치자나무

열매
그 달콤함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 향기로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이다. 분명 꽃향기이면서도 더없이 달짝한 의 꽃향기를 아는 이라면 누구나 치자꽃을 좋아하게 된다. 때론 그 향의 강렬함으로 금세 질려버릴 것만 같기도 하지만, 나무에서 품겨 나오는 향이니 지속적이고 신선해서 언제나 좋다.

는 꼭두선이과에 속하는 상록선 작은키나무이다. 키도 그리 크지 않고 분에 키우다 보니 꽃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분명 나무이다. 애석한 것은 가 자생하는 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이 원산지이면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은 1500년 전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때 들어온 식물로 치면 냉이도 있지만 는 아직도 누가 심지 않으면 이 땅에서 절로 자라지 않으니 여전히 이국적인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지방에 가면 밖에서도 잘 자란다. 다만 중부지방에서는 밖에서 겨울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니 대개는 분에 심어 키우며 꽃을 즐긴다. 잎이 언제나 푸른색이니 관엽식물처럼 두고 키우기에 좋다.

잎 긴 타형원형으로 변이의 폭이 크지만 대체로 손가락 하나 길이 정도이다. 가장자리엔 톱니가 없는데도 다소 쭈글거려 반질한 느낌이 덜하지만 상록성 나무여서 두껍고 표면엔 윤기가 있다.

치자나무
정상적인 조건이라면 꽃은 여름에 핀다. 꽃잎은 6~7갈래로 갈라지는데 흰색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꽃은 약간의 우윳빛이 나는 듯하고, 꽃잎이 두텁고 기름지다는 느낌이 든다. 시장에는 꽃이 좀 작고 꽃잎이 겹꽃으로 되어 있는 종류도 볼 수 있는데 꽃차지라고 한다.

가을에 익는 열매도 특별하고 긴요하다. 주홍색의 껍질을 가진 열매는 꽃받침이 그대로 남은 채로 익어서 언제나 알아볼 수 있다.

요즈음엔 꽃을 보고 그 향기를 즐기기 위해 이 나무를 키우지만 우리나라 문화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쓰임새에는 열매가 훨씬 긴요했다. 열매는 우리나라 전통염료 중에서 대표적인 황색 염료가 된다.

이 염료로 물들인 옷감으로 지은 한복을 본 적이 있는데 노란색도 이렇게 깊이 있고 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 좋은 것은 식용염료여서 요즈음에도 전통음식에서는 이 열매에서 뽑은 노란색으로 떡의 색을 낸다.

꽃을 식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샐러드 등에 넣어 그냥 생채로 먹기도 하고, 데쳐서 먹거나 화전을 부치는 데 쓰기도 한다. 꽃의 향과, 멋과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재료인 것이다.

한방에서도 이용한다. 피를 맑게 하고 소변을 쉽게 나오게 하고, 몸에 열을 내리게 한다. 민간에서 쓰는 처방 중에 손쉽고 재미난 것은 잎을 타박상 난 곳에 붙이면 좋고, 편도선염이나 입안 등이 헐고 특히 목이 아플 때 말린 열매를 주전자에 넣고 다려 마시면 금세 통증이 가신다고 한다.

여드름이 성할 때 치자를 가루 내어 달걀 흰자와 섞어 여드름 부위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는 모습은 아직도 이국적이어서 남의 나무 같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우리나무였던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