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 피플] 남계 박종순

한국정가원 원장, 경기시조합창단 단장인 남계 박종순(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이수자)씨가 8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12가사(歌辭) 전곡발표회를 가졌다.

가사는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로, 가사체(산문에 가까운 문체)의 긴 사설(글)을 담은 가요를 일컫는다. 오늘날까지 상사별곡(相思別曲), 황계사(黃鷄詞), 어부사(漁父詞), 권주가(勸酒歌), 춘면곡(春眠曲), 백구사(白鷗詞), 처사가(處士歌), 수양산가(首陽山歌), 양양가(襄陽歌), 길군악, 매화가(梅花歌), 죽지사(竹枝詞) 등 12곡이 전래되고 있으며, 이를 12가사라고 한다.

박종순씨는 <月色(월색)은 滿庭(만정) 헌데~>라는 제목의 발표회에서 석정 이양교 계보에 따른 12가사를 노래했다. 석암 정경태 계보를 잇는 박씨가 이양교 계보의 12가사를 노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계보 뿐 아니라 노래의 색깔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이양교(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예능보유자), 정경태(고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예능보유자) 두 명인이 박씨의 스승이기에 가능했다. 국립국악고등학교 정가전공 1기생이자 이화여대 국악과 정가전공 1기생인 박씨는 두 스승 외에 박문규(월하문화재단 부이사장), 이동규(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조교), 김호성(: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전수조교) 등에게서 정가(가곡, 가사. 시조)를 사사했다.

이날 박씨가 노래한 이양교 계보의 12가사는 정경태 계보와 사뭇 달랐다. 정경태 계보가 서정적이고 예술성이 강한 향토적인 면이 두드러지는데 반해 이양교 계보는 장식음이 적고 꿋꿋한 서울풍의 인상을 주었다.

한편 박씨는 정가인 가사 외에 오래전부터 시조 교육 및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한국정가원, 정신세계원 등에서 시조 강의를 하면서 "시조창(時調唱)은 속도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느림의 가치를 체험케 해줄 뿐만 아니라, 소리와 호흡의 합일을 추구하는 마음 수련법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