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찰스 디킨스구두쇠 스크루지 영감 개과천선 통해 성탄절 의미 일깨워

매년 이 맘 때면 마주치는 것들이 있다.

10여 년간 틀어온 머라이어 캐리의 캐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느끼한 남자 매컬린 컬킨이 7살 꼬마로 나오는 <나 홀로 집에>, 안무 순서까지 외울 것 같은 '호두까기 인형' 공연 포스터…. 이런 것들이 보이고, 들릴 때면 우린 "크리스마스가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출판계에서 돌고 도는 크리스마스 레퍼토리는 아마도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일 것이다. 노랭이 영감 스크루지가 하룻밤 꿈으로 개과천선한다는 다분히 교훈적인 내용의 이 소설은 출간 150년이 넘었지만, 크리스마스 하면 전 세계인들이 떠올리는 독보적인 소설이 됐다.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1843) 이외에 <올리버 트위스트>(1838), <위대한 유산>(1860)으로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1812년 태어나 1870년 사망했고 근대문학의 황금기에 대중적인 작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타이타닉호가 미국을 항해하다 추락했던 그 시절, 사람들은 미국 부두에 영국선이 나타나면 뛰어나와, 이렇게 물어 볼 정도였다고 한다.

"디킨스 소설에 그 주인공…. 살았어? 죽었어?"

그의 작품은 예술성과 짜임새 있는 구성, 사회에 대한 풍자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러하듯, 전반기 소설에는 그의 유년시절이 담겨 있다. 아버지의 채무로 12세부터 갖은 노동을 경험했던 디킨스는 16세에 신문사 통신원을 거쳐 24세에 단편 소품집 <보즈의 스케치>를 출판해 작가가 됐다.

소설 속 어린이들의 고달픈 삶은 대부분 디킨스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2년 후 쓴 <올리버 트위스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작가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데, 주지하다시피 이 이야기에는 자전적 경험이 다분히 녹아 있다. 5년 후 쓴 <크리스마스 캐럴>은 어떤가.

돈 쓸 일이 생기면 손을 떠는 수전노 스크루지는 박봉으로 부려먹던 직원 크라칫의 아들이 결국 병으로 숨질 거라는 암시에 마음을 고쳐먹는다. 이 이야기에는 사회개혁주의자, 디킨스가 오랫동안 붙들어 온 두 가지 주제-사회적 불공평과 빈곤-가 담겨 있다.

사실 디킨스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 책을 썼다. 슬하에 열 명의 자녀를 둔 디킨스는 불어나는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이 많이 필요했고, 빚을 갚기 위해 이 책을 썼다.

12월 19일에 출판된 이 책은 크리스마스 이브 전에 초판 6000부가 다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 책으로 별 재미는 못 본 듯하다. 책을 '자비출판' 했던 그는 예상보다 제작비가 '오버'된데다, 복제본이 나돌아 수익은 당초 예상했던 것의 1/4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작가의 집필 의도와는 별개로 이 책의 인기는 크리스마스의 중요성을 다시 정립하는 역할을 했다. 이듬해 영국의 시인 토머스 후드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따뜻하게 맞아주는 관습, 사회적이고 자애로운 관례가 있던 크리스마스가 쇠락해 가고 있지만,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옛 전통을 이어가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이 출간된 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필독서로 꼽히며 회자되는 걸 보면 정말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는 이 작품을 필두로 5년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소설 시리즈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발표한다.

크리스마스다. 여전히 그의 이야기가 필요한 걸 보면, 아직 세상은 더 포근해져야 할 것 같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