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21세기 자본주의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제공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도메 다쿠오 지음/ 우경봉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 3000원

고전은 늘 그렇듯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때문에 고전의 탄생 배경과 책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가장 유명한 문구만이 반복적으로 소비된다.

이를테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학부터 정치경제학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의 스펙트럼을 아우르며 두루 소비되는 말이다. 물론 각각 다른 의미로, 그 말의 탄생 배경과 의미에 상관없이 각 분야의 이론에 권위를 얻는 기제로 사용된다.

신간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는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책이다. 일본 경제학자 도메 다쿠오는 애덤 스미스의 명저 <도덕 감정론>과 <국부론>을 다시 읽음으로써, 경제학의 편견 깨기를 시도한다.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고전파 경제학자에 대한 일반의 편견은 흔히 두 가지다. 첫째, 경제학은 '이기적인 인간들의 합리적 선택'이란 거대한 가정 아래 사회를 분석, 예측하는 학문이라는 것. 둘째, 경제학은 차가운 현실을 설명하는 '음울한 학문'이라는 것. 그리고 이 두 편견의 근거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실제로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에 근거한 경제 행동이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온다고 썼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그의 주장은 정부의 규제를 철폐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높은 성장률을 실현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근거로,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들의 거의 모든 논리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애담 스미스는 스스로를 경제학자라 생각하지 않았으며(대학에서 그가 가르친 과목은 사회학의 한 분야인 '도덕철학'이었다), 그가 쓴 <도덕감정론>에는 '동감'이나 마음속 '공평한 관찰자'란 개념이 나온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개인은 사회에서 분리된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 서로 '동감'하는 사회적 존재라고 설명한다. 즉, 인간에게는 타인이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 분노 등 감정에 공감하려는 본성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은 마음속 공평한 관찰자의 인정을 받도록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담 스미스는 이런 도덕 감정의 제약 하에 각각의 개인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할 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한다. 애덤 스미스에게 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의 수단이다.

경제성장이란 부의 증가일 뿐 아니라 부자와 가난한 이들 사이 관계가 생겨나는 것이다. 부자가 혼자서만 소비한다면, 또는 부를 자기 집안에 처박아둔다면 부자와 빈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게 되고, 그것은 부가 제대로 기능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부론의 원제가 'Wealth of Nation'이 아니라, 'Wealth of Nations'로 복수형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의미다.

21세기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활동하던 당시의 시대 상황과 그의 사상적 배경을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살인자의 편지
유현산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1만 3000원

문학출판사 자음과모음이 주최한 '네오픽션상'의 첫 수상작.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교수형 매듭의 밧줄을 이용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얼개로 추격자들의 심리와 내면을 설득력 있게 구성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편집기자 출신인 작가의 첫 작품. 성실한 자료조사가 읽는 재미를 더 한다.

게임의 문화코드
이동연 지음/ 이매진 펴냄/ 1만 3000원

게임은 사회 문화의 반영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을 통해 한국사회 변화를 진단한다. 저자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주체를 '디지털 문화 부족'이라 정의하며 디지털 기술과 함께 발전해온 한국의 게임 산업을 장르별로 분류, 소개한다. , <리니지2>등 게임 텍스트를 통해 기호학, 정신분석학, 인류학 등의 코드를 파악해낸 저자의 분석이 흥미롭다.

촌마게 푸딩
아라키 겐 지음/ 오유리 옮김/ 1만 2000원

180년 전 사무라이가 현대로 건너와 경험한다면? 이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에도시대 사무라이 야스베가 현대의 낯선 문물을 접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지나치는 오류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영화 <골든 슬럼버>로 알려진 일본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가 이 소설을 모티프로 올해 7월 동명의 영화를 개봉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