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자본주의 상징 카드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 근원적 문제 지적

대출 권하는 사회
김순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 3000원

'부자 되세요!' 몇 해 전 카드사 광고의 이 카피는 공전의 히트를 넘어 그해 새해 덕담 1위로 선정됐다. 이 현상은 물신주의에 가득한 우리 사회 욕망을 집약해 드러낸다. 홍세화 씨는 칼럼 '사람 되세요'를 통해 "한국사회는 이미 그 선을 넘어 소유가 존재를 규정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 있었다"고 힐난했다.

기업은 이 속성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부자 되"란 꼬임에 넘어가 카드깡을 남발하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에게 다시 대부업체들의 "30일 무이자 대출" 광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재벌 금융의 카드 남발과 무더기로 쏟아진 신용불량자, 연이어 터진 '카드발 금융위기'는 기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

신간 <대출 권하는 사회>는 "부자 되세요!"와 "무이자˜무이자" 광고가 등장했던 지난 10년, 우리 사회를 되짚는 책이다. 20세기 자본주의 상징인 카드를 통해서.

저자는 말한다. 이 모든 게 '정부 탓'이라고. 경제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는 IMF 정책 권고안에 따라 긴축재정, 고금리의 경제 정책을 쓴다. 그 결과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대량 실업을 낳았다.

이듬해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기업의 금융규제완화 조치를 실시했다. 구체적으로 카드사 부대업무 비율 규제 폐지와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 한도 폐지다. 그 결과 전체 카드 사용금액에서 현금서비스 사용액이 과반을 넘는 기현상이 속출하기 시작한다.

이제 카드는 지불 수단보다 현금대출 수단으로 사용된다. 카드사 현금서비스의 덫에 걸린 사람들은 돌려막기를 통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그들은 말한다.

"민주주의가 해준 게 뭐가 있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희망이라는 것이 없다. 내일도 없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너희들은 자식 낳지 말라고 말한다." (신용 불량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카드 돌려막기를 통해 신용불량자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은 기실 사회구조적인 면이 크지만, 저자와의 심층인터뷰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죄인"이라 말한다.

신용 불량자들이 개인 회생이나 개인 파산을 신청한다고 할 때 언론은 '도덕적 해이'라 비판한다.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 사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들의 문제는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정치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처럼 신자유주의 시대에 정치와 경제는 국가와 사회의 범위를 넘어서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오로지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된다. 카드 남발이 부른 '신용불량자 계급'의 탄생은 이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수많은 데이터와 심층면접, 치밀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근원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파스칼 보니파스, 위베르 베드린 지음/ 남윤지 옮김/ 책과함께 펴냄/ 1만 1800원

제목처럼 분쟁의 세계사를 지도로 소개한 책이다.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등 대륙별로 나누어 36개 지역의 분쟁을 소개한다. 분쟁의 발단과 전개 과정, 현재 상황과 미래 예측 시나리오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고재학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만 3800원

유대인들의 자녀 교육원칙을 52가지 키워드로 소개한 책. 자녀의 지능과 창의력, 사회성 계발을 부모 책임이라고 말하는 유대인들의 교육원칙을 5개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우리 가정에 적용할 방법을 알려준다. <탈무드>의 저자 마빈 토케이어와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이스라엘 대사가 들려주는 한국식 교육의 문제점도 눈여겨 볼 만한다.

세계문학론: 지구화시대 문학의 쟁점들
백낙청 외 12인 지음/ 창비 펴냄/ 1만 3000원

출판사 창비가 담론을 이슈별로 단행본으로 펴내는 '창비담론총서' 시리즈 4권. 신간은 세계문학을 통해 자본주의에 기반한 지구화시대에 문학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세계문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한 책이다.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쟁점위주로 간명하게 정리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