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수용할 수 있는 진보의 틀 어디까지인가

흔히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말도 발언 주체에 따라 그 뉘앙스나 영향력이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이 조국 서울대 교수에게로 향하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부산 태생의 서울대 교수. 게다가 외모 또한 준수하지 않은가. 어느 잣대를 들이대도 마이너리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스펙이다. 여기에다 자의든 타의든 진보지식인으로 꼽힌다. 독자의 지적 허영심은 물론 윤리적 허영심까지 채워주는 저자다. 이런 배경이 저자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치인의 말이 내용이 아니라 이미지로만 점철되듯, 그의 책은 내용과 맥락이 아니라 그 이미지로만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그는 가장 눈에 띄는 진보지식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섣부른 공산이지만, 한편에서는 그를 진보진영의 차기 대선주자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다시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로 되돌아가 그의 좌표를 찾아본다. 우선 그는 '진보적 시민사회론자'로 분류된다. 일개 기자의 사변이 아니라, 경향신문이 2007년 사회지식인들에게 감수를 받아 만든 '한국 지식인 이념 분포도'에 따르면 말이다.

같은 테두리로 묶인 지식인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이 있다. 저자는 현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수업 방식과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신문과 텔레비전 칼럼, 몇 권의 시론집과 대담집을 보면 이런 분류는 꽤 설득력이 있는 듯하다. 시론집은 <성찰하는 진보>, <보노보 찬가>,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등 총 세 권이다.

첫 번째 책에서 이미 '진보'란 말로 자신의 좌표를 그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진보진영의 '잃어버린 10년'에 관한 성찰이다. 지난해 출간한 대담집의 제목도 <진보집권 플랜>이다. 대담집은 '2012년 진보의 집권을 위해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두 번째 시론집 제목에 쓴 보노보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원숭이다. 집단 내 수직 서열을 만들지 않고 평등한 문화를 유지하며, 무리 내에 약자를 보살피고 끌어안는 성질이 있다.

저자는 이 원숭이를 경쟁사회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첫 시론집 <성찰하는 진보>보다 구체적인 언어로 진보진영과 한국사회 문제들을 되짚는다. 최근 세 번째 시론집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를 낸 후 출판사와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학자의 본분인 학문연구와 지식인의 사명인 '앙가주망'(학자나 예술가가 정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계획에 참가해 간섭하는 일)을 계속 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언급되는 선거 출마를 할 계획은 없다."

그의 책은 이런 좌표 아래 읽혀야 한다. 그의 책은 쉽고 대중적이며 명료하다. 전공인 법학은 물론, 문학,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토대로 풍부한 사례를 제시한다. (일례로 대담집 <진보집권 플랜>에는 정치커뮤니케이션 이론인 '프레임이론'이 등장한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이미지만큼 진보적인 인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법학은 사회를 다룬 학문 중 가장 보수적인 분야다. 한 사회의 가치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 발짝 옮겨갔다고 구성원 대다수가 인정하는 시대에 그것을 명문화한 것이 바로 법이다.

조국 교수는 법을 연구하는 지식인이고, 우리 헌법의 시계열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의 방향을 말하는 지식인이다. 진보의 가치를 향하면서도 그의 글이 온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시대가 수용할 수 있는 진보의 틀은 어디까지인가? 조국 교수의 책은 그 일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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