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폴 크루그먼 2008 노벨경제학상 수상… 등 스테디 셀러

뻔한 말이지만, 신문 기사에는 그 사회구조가 반영돼 있다.

사건, 사고 기사가 신문 지면을 도배했던 70년대는 유독 살인이나 방화가 넘친 게 아니라, 정치경제 기사를 통제했던 암울한 시대 배경이 버티고 있었고, 문화 기사와 기획물이 유행하던 90년대는 서양에서 한물 간 포스트모더니즘 문화가 국내에 막 쏟아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2000년대는 경제기사의 시대다.

실업과 빈부격차, 부동산 문제가 우리사회 최대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은 술자리에서도 취업과 재테크를 말하기 시작했다. 신문산업의 위기란 말에도 경제신문만은 유독 활황을 누리고 있고, 종합일간지의 경제면도 날로 파이가 커지고 있다.

이제 세계적인 경제학자 몇몇의 이름은 대중의 귀에서 익숙할 듯한데,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폴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이다. 그가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을 당시, 사람들은 "폴 크루그먼이 아직 노벨상을 받지 않았었냐?"고 의아해 했을 정도니까.

폴 크루그먼. 1953년 뉴욕 롱아일랜드서 태어나 1974년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1982∼83년 레이건 행정부 경제자문회의에서 일했고, 예일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를 거쳐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이다.

학창 시절 공상과학 소설에 빠져 있었는데 특히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Foundation) 3부작에 열광했다. 그는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문명을 구하는 역사심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학문이 없어 가장 유사한 경제학을 택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가 미국의 유명한 대학 교수, 글 잘 쓰는 칼럼니스트에서 세계적 경제학자로 알려진 계기는 1994년 '대 예언'의 덕이 크다. 폴 크루그먼은 <포린 어페어스>에 발표한 논문 '아시아 기적의 신화'에서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예견했고, 90년대 후반 아시아 국가들이 줄줄이 금융위기를 겪으며 신화적 존재로 발돋움했다.

당시 그는 아시아 개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기술과 제도의 발전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의 과다투입에 의존한 것이고 이는 곧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시아 예언이 현실로 증명된 1997년, 그는 금융위기에 놓인 국가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재정 긴축 처방을 비판해 화제에 올랐다. (장하준 교수를 비롯한 '비주류'경제학자들은 이 부분을 자주 인용하며 토마스 프리드먼과 같은 세계화 신봉자들을 공격한다.) 이듬해 8월에는 다시 '달러의 위기'란 논문을 통해 미 달러화 가치의 폭락을 경고했고, 몇 년 후 이 예언 역시 현실이 됐다.

그의 전공은 국제무역론이지만, 국제금융론, 산업정책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대예언을 줄줄이 쓰기 이전, 그는 고전적 무역이론인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한 단계 발전시킨 '신무역이론'으로 학계에 알려졌다. 요지는 무역발생의 원인으로 꼽는 비교우위가 없더라도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선호나 규모의 경제 등에 따라 국가들이 무역을 통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케인즈 이후 가장 글을 잘 쓰는 경제학자로 꼽히는 그는 20여 권의 저서와 2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 자신의 논문·기고문 등을 모두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http://web.mit.edu/krugman/www/) 국내에서도 번역된 <경제학의 향연>(Peddling Prosperity, 1995), <불황 경제학>(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1999) 등은 스테디 셀러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