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철학서 동서양 정치, 문화까지 인문학적 스펙트럼 조망

즐거운 지식
고명섭 지음/ 사계절 펴냄/ 2만 5000원

노래 잘하는 명창만큼이나 소리 잘 듣는 귀명창이 중요하듯, 작품은 알아보는 사람을 제대로 만나야 값어치를 얻는다. 책도 마찬가지라서 일주일에 수백 권씩 쏟아지는 신간 중 옥석을 가리고, 대략의 내용이라도 알아두려면 눈 밝은 독서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신간 <즐거운 지식>의 저자 고명섭 씨는 국내 애서가들 사이에서 믿을 만한 서평기자 1순위로 꼽힌다. 전문기자란 타이틀답게 책을 고르고 읽는 솜씨가 말 그대로 프로급이다. 예전 인터뷰에서 철학자이자 시인인 진은영 씨는 그를 일컬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셔서 감동했어요."

이 책은 그가 최근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국내 출간된 문제작들을 읽고 리뷰한 서평 187편이 담겨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 역사, 문학부터 동서양의 정치,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현상을 넓은 인문학적 스펙트럼으로 조망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사상의 바다는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를 던지는 학자들의 정치철학 사상과 이들의 기원이 된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한다.

슬라보예 지젝, 안토니오 네그리, 가라타니 고진, 주디스 버틀러, 알랭 바디우, 랑시에르 등 2000년대 국내 지성계의 중심이 된 철학자부터 마이클 샌델이나 한나 아렌트와 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저자들의 국내 번역서를 중점적으로 리뷰했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대중들이 이들의 사유를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진경, 이정우, 김상봉, 김진석 등 세계 석학들의 사상을 한국적으로 풀어낸 학자들의 책도 소개하고 있다.

2부 인문의 바다는 제목처럼 '국내 인문학의 지형도'를 알려주는 장이다. 괴테, 히틀러, 톨스토이, 사르트르 등의 자서전과 평전을 비롯해 후쿠자와 유키치의 근대화론, 칼 폴로라니와 장하준 등 경제학자들의 논쟁, 버틀러와 스피박의 이론과 페미니즘 일반론 등이 소개된다. 물론 이들이 국내 출간한 책을 리뷰하는 방식으로.

3부 교양의 바다는 터키사, 이슬람사 등 역사책들을 다루고, <카뮈 전집>, <임화전집> 등 한국 문학 출판의 중요한 성과들을 짚는다.

평론가의 비평과 기자의 서평은 다르다. 전자가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주관적 읽기'와 '독창적 말하기'에 매진한다면, 후자는 객관적 독서와 서술에 가치를 둔다.

이 책의 저자 고명섭의 서평은 책고를 때 편식하지 않기, 객관적 거리두기와 깊이 읽기, 대중의 언어로 쉽게 쓰기 등 3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 책을 따라 읽다 보면, 서평이 쓰인 지난 4년 간 국내 지성계의 지도가 그려진다. 책을 위한 책, 책에 대한 책이 넘쳐나는 시기에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다.

키르티무카
함성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7000원

건축가 겸 시인 함성호 씨가 10년 만에 낸 시집. 제목인 '키르티무카'는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먹어치워 얼굴 하나만 달랑 남게 된 힌두신화 속 괴물이다. 시인은 이 이름을 키워드로 욕망과 끝없는 좌절의 허기, 그리고 극한의 갈등을 그려낸다.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불가능을 파고드는 언어로 언어의 불멸을 꿈꾸는 작품들을 크게 8부로 나누어 담았다.

인류의 위대한 여행
앨리스 로버츠 지음/ 진주현 옮김/ 책과 함께 펴냄/ 2만 5000원

고고학 연구는 기다림의 연속, 불볕 아래 막노동, 각종 문자들의 해독이 반복되는 난해한 작업이다. 딱딱하고 재미없고 게다가 돈도 안 되는 학문. 이 책은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대중을 위해 쓴 고인류학 답사기다. 저자는 현생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아프리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등을 차례로 탐방한다. 고인류학 유적지, 박문과 답사의 내용과 각종 삽화가 재미를 더한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이용태 지음/ 큰곰 펴냄/ 1만 원

감화 이야기로 풀어가는 자녀 교육론. 왕따, 가출, 우울증, 자살 등 작금의 교육 문제가 '가정 내 인성 교육의 부재'라고 말한다. 저자가 내린 처방은 '1-1-6'단계 교육법. 한 달에 한 시간 아이에게 감화이야기를 읽게 하고, 내용을 외우고, 교훈을 확인하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