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조르주 심농400편 작품 중 대표작 '매그레 시리즈' 번역 출간

국내 장르문학 시장이 워낙 협소해 그 역사나 계보를 아는 이는 드물지만, 종종 회자되는 작가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추리소설 작가 조르주 심농이다.

조르주 조제프 크리스티앙 심농(Georges Joseph Christian Simenon). 추리소설은 그가 한참 활동 중인 1930년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장르이니, 이쪽 계보에선 원로 중의 원로다.

1903년 벨기에서 태어나 1989년 스위스 로잔에서 사망한 추리소설의 대가. 20개의 필명을 사용했고, 400 편의 작품을 썼고, 1만 명의 여성과 잠자리를 했다는, 그야말로 다산(多産)의 작가다.

엄청난 속도로(하룻밤에 7편의 단편을 쓴 적도 있다) 어마어마한 양을 써낸 것으로 유명하지만, 다작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추리소설의 대가로 꼽히지만, <눈은 더러웠다>, <런던에서 온 사나이>등 100편이 웃도는 순수소설을 집필해 앙드레 지드 등 당대 문인들에게 극찬을 받기도 했다.

1918년 생업전선에 뛰어든 후 이듬해 16세 나이로 <가제트 드 리에주>지의 가 된다. 이 신문사에서 1922년까지 틈틈이 쓴 첫 소설 <아르슈 다리에서>가 조르주 심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다.

이후 장 뒤페리, 조르주마르탱 조르주, 크리스티앙 브륄, 조르주 심 등 20여개 필명으로 소설을 쓰며 작가로서 입지를 굳힌다. 1928년부터 2년간 배를 타고 프랑스와 북부 유럽 강과 운하를 여행하는데 이때 경험이 바탕이 되어 뱃사람, 수문 관리인, 마부들의 세계가 그의 작품에 소재로 자주 등장하게 된다.

'코넌 도일'하면 <셜록 홈즈> 시리즈를 떼놓을 수 없듯, 조르주 심농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매그레 반장'이다. 그는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과 더불어 추리 문학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으로 꼽히는데 심농의 작품 중 총 103편(장편 75편, 단편 28편)의 이야기에 등장해 독특한 심리 게임으로 사건을 풀어간다.

이 캐릭터를 처음으로 구상한 것은 그가 프랑스와 북유럽을 항해하던 1929년의 일로 이듬해 작가는 <불안의 집>이란 단편에 매그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 시작한다. 매그레란 캐릭터에 확신을 가진 심농은 1931년에만 <수상한 라트비아인>, <갈레 씨 홀로 죽다>, <생폴리앵에 지다> 등 10편 이상의 매그레 시리즈를 펴낸다.

매그레 반장은 특유의 누아르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심리 수사로 사건을 해결한다. 범죄자를 정죄하기에 앞서 범죄가 행해지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하고 커튼 뒤 가려진 사회 약자의 울분에 공감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다.

1932년 심농 작품 가운데 <교차로의 밤>이 장 르누아르에 의해 최초로 영화로 만들어진다. 이후 프랑스에서만 60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수백 편이 제작됐다.

조르주 심농의 대표작 <매그레 시리즈>(75권)가 다음 달부터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된다. 그의 삶과 작품세계가 국내에서 조명받는 계기가 될 듯하다.

세상의 끝에서 끝까지 살아보겠노라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의 고단한 삶을 쓰다듬는 심농의 휴머니즘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