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캐릭터 등 영화의 문학적 요소 찾아서

시네 리테르
백지은 외 16인 지음/ 장석남ㆍ권혁웅 엮음/ 문예중앙 펴냄/ 1만 5000원

좋은 문학 작품은 보편적 진실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허위와 가식을 벗기고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라고 문학평론가 김현은 말한 바 있다.(김현문학 전집 14 <우리시대의 문학/ 두꺼운 삶과 얇은 삶>)

때문에 근대와 함께 열린 저 찬란한 문학의 시대에 최고의 작가는 또한 당대 최고의 사상가이자 지식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하기 시작한 90년대까지 지속된 것 같다. 그 풍경을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또 이렇게 말했다.

"민족문학 논쟁과 모더니즘 논쟁이 격렬했어요. 한국적인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문학이 던졌고 우리 새내기 대학생들도 어떤 식으로든 그 답을 맹렬히 찾고 있었거든요. 저는, 영화라는 범주 안에서 그 대답을 나름의 방식대로 구하고 있었고요."(2009년 9월 <씨네 21> 인터뷰 중에서)

김현의 당위적 수사는 기실 거의 모든 예술에 해당하는 말이고, 이제 그 첨병에 정성일이 천착했던 영화가 있다. 한때, 문학의 파편을 기식하며 자라난 영화는 이제 되려 문학에 새로운 영감이 되고 있다. 물론 문학도 영화의 출현 이후 변해왔다. <시네 리테르>, 이 책이 기획된 이유다.

'우리는 영화가 공들여 가꾸어온 영역을 침해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문학에서 훈련받아온 전문가들의 영화독법에서 새롭고 유의미한 지점들이 생겨나기를 희망했다.'

이 책을 엮은 두 명의 문인은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백지은, 허윤진, 신형철, 복도훈 등 이 책에 원고를 쓴 대부분의 필자는 문학평론가다. 오은, 신해욱 등 시인도 있다. 이 책은 문인이 쓴 영화 비평서라는 말이다. 이들은 서사, 이미지, 구성, 구조, 율격, 몽타주 등 문학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영화를 바라본다.

일례로 문학평론가 백지은은 '무엇에서 그것을 보는가'에서 문학의 영화적 기법, 영화의 문학적 주체에 대해 말하며 박민규의 소설과 이창동의 '시'를 다룬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이청준의 '남도사람' 연작과 영화 <서편제>, <천년학>을 비교하며 각각에서 두드러진 주인공의 심리를 분석한다. 시인 신해욱은 소설 <렛 미 인>과 영화 <렛 미 인>에 등장하는 호칸 벵손이란 인물을 분석하며 금지된 욕망을 지닌 비극적 인물상에 주목한다.

'문학과 영화. 학창 시절 단짝이었던 두 친구의 이름을 10년쯤 지난 동창회 자리에서 불러보는 기분이다. 각자 개성 강한 두 친구는 타 장르들보다 월등한 존재감으로 자기 세계를 각인시키면서도, 둘이서 자주 붙어 다니며 좋은 개성을 서로 나눠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지난 세기의 한 풍속이었다는 생각이 사실은 든다.' (13페이지, 백지은 '무엇에서 그것을 보는가')

영화평론가들은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영역, 즉 화면의 쇼트(shot)와 쇼트 사이 행간을 읽어내는 데 집중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서사와 캐릭터, 영화를 둘러싼 컨텍스트 등 영화의 문학적 요소를 짚어내는 데 온 힘을 다한다. 고로 이 저자들은 문학을 말할 때처럼 자유롭고, 냉철하며 지성적인 말하기를 할 수 없다.

이 책의 한계이자 가능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우리는 각자 딛고 있는 현실에서 세상을 경험하고, 이 차이를 인식하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더 큰 세계를 그려볼 수 있으니까. 이 책이 유의미한 이유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최형선 지음/ 부키 펴냄/ 1만 4000원

생존은 극단의 환경 변화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결과다. 하지만 저마다 벌이는 생존 노력은 자신도 모르게 공존을 위한 순환적 협력을 이룬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들에게도 수많은 생존의 비밀이 있다. 이 책은 치타, 낙타, 고래, 기러기, 박쥐, 캥거루, 코끼리 등 동물을 통해 진화의 아름다움과 생태계 소중함을 보여준다.

그리스인 이야기(전3권)
앙드레 보나르 지음/ 김희균, 양영란 옮김/ 책과함께 펴냄/ 각 권 1만 8000원

저자 앙드레 보나르는 그리스 연구에 평생을 바친 스위스 학자다. 30년 동안 스위스 로잔대학에서 그리스어, 그리스 문학 교수로 지내며 철학자, 문학가, 과학자 등에 관한 연구를 했다. 신간 <그리스인 이야기>는 그 성과를 집대성한 책. 베일에 가려진 고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을 되살린 그리스사의 고전이다.

보이지 않는 주인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오준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만 8000원

책의 부제가 책의 논지를 집약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경제는 어떻게 파괴되었는가.' 이 책은 기업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인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나아가 세계 경제 중심부에서 어떻게 사람이 배격되고 기업이 주인공이 되었는지를 다룬다. 르네상스 시대 탄생한 기업이 법인의 형태로 '인격'까지 획득하기에 이른 과정을 흥미롭게 엮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