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 시의 두 번째 평론집

언어의 감옥에서
서경식 지음/ 권혁태 옮김/ 돌베개 펴냄/ 2만 원

작가 서경식 씨는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리쓰메이칸 대학 교수인 서승과 인권운동가인 서준식의 동생이다. 70~80년대 국가보안법으로 두 형이 감옥에 있는 동안 그의 부모는 차례로 돌아가셨다. 형들의 구명활동 경험은 사색과 집필로 이어졌다.

따라서 그가 쓴 꽤 다양한 종류의 책에는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 저자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문학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본다. 이 개인적 체험이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 자신의 고통을 빌어 타인을 이해하려는 저자의 태도는 섬세하고 사려 깊은 문장으로 기록된다.

신간 <언어의 감옥에서>는 그의 두 번째 평론집이다. 2006년부터 2년간 저자가 한국에 머물던 기간에 쓴 시론과 시평을 중심으로 모국 체험 전후 10여 년간의 저자의 정치적, 역사적, 철학적 사유와 성찰의 궤적을 정리한 책이다.

5년 전 첫 평론집 <난민과 국민 사이>에서 저자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민족주의와 국민주의, 일본 우경화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다룬 바 있다. 신간은 전작의 문제의식을 이어가는 한편, 언어 내셔널리즘 문제와 일본 리버럴 세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1부는 식민주의와 언어 내셔널리즘에 대한 글이다. 저자가 2006년 봄부터 2년간 성공회대 연구교수로 국내에 머물 당시 모어(일본어)와 모국어(조선어)의 어긋남에서 비롯된 체험을 계기로 쓴 글들이다. 윤동주의 '서시' 번역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 종주국의 언어를 모어로 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유대인 지식인들의 글을 평한 글도 함께 실렸다.

'나 자신도 첼란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진실은 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도 일본어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모어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의해 힘으로 덧씌워진 '덫'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 언어 내셔널리즘은 배타적 내셔널리즘의 강고한 기반이다. 따라서 언어 내셔널리즘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모어의 자명성 그 자체를 의심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33-34페이지)

2부는 선(線)이라는 주제로, 제국주의가 그은 국경선으로 인해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평론, 저자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분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에세이 등이 실렸다. 3부는 일본 지식인의 사상적 퇴락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일본 우파와는 다른 의미에서 일본 리버럴 세력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4부는 저자의 인터뷰와 대담을 묶은 글이다.

'젊었을 때 나는 그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머지않아 내 발언 따위는 쓸모없어질 거라고 막연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런 글쓰기는 접고 단 한편이라도 좋으니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장편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틀렸던 듯하다.'

서문에 쓴 저자의 말이다. 사람들은 평소 품고 있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말을 내뱉거나 들으면서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재일조선인인 저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과 말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 주는 것이었고, 세상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는 실존과 언어 사이의 갈라진 틈(33페이지)을 볼 줄 아는 '거대한 타자'다.

아가미
구병모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1만 원

빼어난 서사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던 구병모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생계위험에 막다른 길에 몰린 남자는 아들을 품에 안은 채 호수로 뛰어든다. 남자는 목숨을 잃고 아이는 살아남는다. 살고 싶은 본능적 의지가 아이의 목에 아가미를 만들었기 때문. 아이는 호수 근처 살고 있는 노인과 노인의 손자 강하에게 거두어지고 '곤'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

은행나무
강판권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1000원

<나무열전>,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중국을 낳은 뽕나무> 등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해 온 계명대 사학과 강판권 교수의 신작. 의령 유곡 은행나무, 성균관 은행나무, 동양 최대․최고라는 용문사 은행나무…. 저자는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문화, 역사적으로 고찰해 옛사람들의 정신과 철학을 되새긴다.

언젠가. 그대가. 머물, 시간들.
최재봉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 2000원

한겨레신문 문학전문기자 최재봉 씨가 쓴 문학에세이. "문학이 어떤 식으로든 삶을 반영하는 것인 만큼, 우리네 삶부터가 사랑을 중심으로 꾸려진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 문학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 한다. 어린 영혼의 풋풋한 호감의 표출(김유정 '동백꽃')부터 늙은이들의 감정놀음(한창훈 '주유남해')까지 사랑을 통해 관계 맺는 인간의 삶과 세계를 들여다 본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