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대표작 영화화 국내 개봉박두

야구에서 이치로, 영화에서 아쿠쇼 고지를 말하는 기분이 이런지도 모르겠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서 잘해봤자 본전인 소개라는 뜻이다.

'중간소설'이란 항간의 질투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일본 문학을 말할 때 가장 먼저(누군가에게는 유일하게) 논의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90년대 중반 포스트모더니즘 영향과 더불어 행복하게 한국 독자와 만나 20여 년 가까이 조우하고 있는 행운의 작가다.

'하루키 소설'이라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상이 있다. 멜랑콜리하고 쿨한 독신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주로 집에서 책이나 영화를 보며 빈둥거리다가 배가 고프면 혼자 스파게티나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이 남자는 어느날 밤 재즈가 흐르는 고급 바에서 묘한 여자와 술을 마시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주로 사건은 여기서 시작된다. 현대사회 소외된 군상들의 고독. 수십 년 발표한 그의 작품의 공통점이다.

'하루키 스타일'은 그의 이력으로 꽤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다. 1949년 일본 교토부 교토시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 러시아문학과 재즈에 탐닉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커트 보너거트나 리차드 브라우티건과 같은 미국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했다.

1968년 와세다대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해 격렬한 60년대 전공투 세대로서 학원분쟁을 체험했다. 1971년 같은 학부의 요코(陽子)와 결혼, 1974년 재즈 다방 '피터 캣'을 고쿠분지에 열었던 적 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고,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꽤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꽤 많은 상을 수상했지만, 그를 다수 일본 작가와 구분하게 했던 지점은 아마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한 1987년 전후일 것이다.

일본 전공투 세대가 겪는 80년대의 상실감과 재생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일본에서 60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는 국민작가가 됐고, 이 책이 <상실의 시대>란 이름으로 국내 번역된 90년대, 대학문화와 국내 문학계 판도를 바꿔 버렸다 할 만큼 '하루키 스타일'이 하나의 문화로 떠올랐다.

하루키가 저명한 미국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며 문학적 감각을 익혀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그의 작품은 일본의 일상과 이야기를 작품에서 다루고 있으면서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하루키에게 일본어는 변방의 작가가 감내해야 할 '슬픈 언어'이지만, 작가는 개개인의 심리묘사와 의식세계를 자신만의 문체로 탁월하게 묘사해낸다. 작품의 끝에 남는 여운과 미완성인 듯한 느낌을 주는 서사 구조는 독자들을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이제 세계 30여개 국에서 번역, 출판됐다. 장·단편 소설뿐만 아니라 번역물, 에세이, 평론, 여행기 등의 다양한 글을 꾸준히 발표하는데, 이 역시 하루키 칠드런(하루키의 작품에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에게 꼭 보아야 할 리스트로 꼽힌다. 이제 그가 즐겨 듣는 앨범은 물론, 그의 소설 속 음식만 따로 소개하는 요리책이 출간됐을 정도로 그의 생활은 하나의 문화가 됐다.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를 영화화한 <상실의 시대>가 4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이미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등 기염을 토한 작품이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등 작품을 통해 '영상시인'이란 별명을 가진 트란 안 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한다. 원작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영화의 공동각본을 맡았다.

소설만큼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할까? 주인공 와타나베는 어떤 모습일까? 뚜껑을 열어볼 일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