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이중환의 서 이종하의 까지

인문학의 싹
김기승 외 12인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1만 6000원

제목이 담백하다. 비유나 상징 없이 그냥 '인문학의 싹'이다. 내용도 제목처럼 겉멋이 없다. 우리 근현대사를 말하며 역사를 과장하지도, 인물의 행적이나 저술서 내용을 부풀리지도 않는다.

이중환의 <택리지>(1751)부터 이종하의 <우리 민중의 노동사>(2001)까지 조선과 남북한의 인문학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조선역사와 근대를 고찰한 수백 수천 권의 저서와 이 책이 다른 점이라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우리 인문학을 재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유럽 지성사의 관점으로 '일제의 통치 이전에도 우리식의 근대화가 있었다'고 항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역사와 환경과 당대 생각들이 근대를 거치며 어떻게 기록되고 보존돼 왔는가.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바는 이것이다.

1751년 간행된 이중환의 <택리지>는 중세 조선인의 생각이 어디까지 진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택리지는 한국적 인문지리서와 중세 지리학의 새로운 틀을 확립한 책으로 평가됩니다. 다른 지리서와 달리 한국적 유토피아가 무엇인가를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양보경의 말이다.

일제를 거치며 우리 인문학은 어떻게 변하는가? 조선민족의 독자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민족주주의적 분위기로 흐른단다. 이 점에서 안확의 <조선문명사>(1923)은 역으로 서구를 보편으로 설정하고 조선 역사와 문화를 대비해 당시 인문학자들의 시선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이 책에서 집중 조명되는 저서는 대개 194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출간된 저서다.

이만규의 <조선교육사>(1947), 박열의 <신조선혁명론>(1948), 신남철의 <역사철학>(1948), 김동석의 <뿌르조아의 인간상>(1949), 백남운의 <쏘련인상>(1950), 배성룡의 <농민독본>(1953), 김태오의 <미학개론>(1955)이다. 7권은 식민지에서 독립해 국가를 이루고, 다시 남북으로 쪼개지는 격변의 시간 동안 쓰였다.

요컨대 이 책들은 조선반도 지식인들이 서구와 일본,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보는 시각을 어떻게 구축해 갔는가는 보여주는 저서들이다.

이런 묵직한 이야기들이 마냥 지겹지만은 않다. 이 책은 현재 활동하는 인문학자들 입을 빌려 거대 사상사를 대중의 눈으로 풀어낸다. 저자, 정확하게 강연자가 총 12명이다. 김기승, 김원열, 김재현, 류시현, 서호철, 손정수, 양보경, 오세정, 오제연, 이상호, 정미량, 진중권이다.

몇몇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대개가 일반 독자에게는 낯선 이름들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학계에서는 이미 꽤 알려진 학자들이다. 좋은 책을 고를 때 저자의 이름값을 보는 독자라면, 눈여겨 볼 글쟁이들이다.

한 줄의 경제학
한겨레신문 경제부 지음/ 어바웃어북 펴냄/ 1만 4000원

다양한 경제현상과 이슈를 비판적 시각으로 풀어낸 책. 인터넷 검색창에 경제 용어를 입력하는 것처럼 간결하게 경제현상을 설명한다. 저자들은 '쉽고 재밌게' 시사경제를 풀어 쓴 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거대한 경제 권력인 재벌 그룹의 비정상적인 경영 관행이나 대주주 가문의 위법행위를 밝히는 데 힘을 쏟는다.

귀가도
윤영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원

<착한 사람 문성현>으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윤영수 작가의 소설집. '귀가도'란 동명의 제목을 단 세 편의 연작 단편을 통해 작가는 굴레 속에 갇혀 사는 우리의 삶을 그린다. 표제 연작 이외에도 '떠나지 말아요, 오동나무', '바닷속의 거대한 산맥',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등 6편의 단편이 묶였다.

아틀라스 일본사
일본사학회 지음/ 사계절 펴냄/ 2만 9800원

국내 일본사 연구자들의 연구단체 '일본사학회'에서 쓴 일본사 저서. 기존의 교과서식 서술과 정보 나열 방식을 거부하고 개성 넘치는 글쓰기로 일본사를 서술하고 있다. 역사에 공간 개념을 도입해 시간에 갇혀 있던 일본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일본의 지명, 현상, 사건의 진행 상황을 지도에 투영 시켜 흥미를 자극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