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알렉상드르 뒤마버블경제 국내 첫 번역 출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아이언 마스크>는 소설 <삼총사>의 주인공을 세 검사(劍士)에서 루이 14세와 왕의 쌍둥이 동생으로 바꿔 재구성한 영화다. 프랑스 궁정 베르사유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모두 영어로 말하며 프랑스를 통치한다.

케이블TV로 재방송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러시아건 독일이건 서양인은 전부 영어로 말하게 하는 M본부의 재현프로그램이 떠오른다. 뒤마가 살아 돌아오면 뭐라고 했을까.

알렉상드르 뒤마. 기실 총이 아닌 칼로 프랑스를 지키는 세 남자와 달타냥을 그린 소설 <삼총사>, 정의감 넘치는 복수극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1802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829년 희곡 <앙리 3세와 그의 궁정>으로 성공을 거두며 낭만주의 드라마 개혁 운동의 기수가 됐다. 물론 그를 인기작가에서 세기의 작가로 만든 것은 역사소설이지만 말이다.

1844년 <삼총사> 출간이 대성공을 이루면서 작가는 후속편으로 <20년 후>, <브라질론 자작(철가면)>(1848)을 발표했다.

(이 세 번째 작품 <브라질론 자작>이 프랑스 왕가가 영어로 말했다는 저 기묘한 발상의 영화 <아이언 마스크>의 원작이다.) 무한 에너지와 생산력으로 죽을 때까지 장단편 소설 257편, 희곡 25편이란 기록적인 분량의 작품을 썼다. 독서 인구가 비약적으로 늘고 역사소설이 붐을 이루던 1800년대, 작가는 시대와 행복하게 만났다.

프랑스 역사가 줄 미슐레는 "뒤마는 다른 역사가들을 모두 합해 놓은 것보다 대중에게 더 많은 역사를 가르쳤다"고 말했을 만큼 프랑스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유럽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그리는 뒤마의 소설은 뛰어난 장면전환 감각, 속도감 있는 문체, 탁월한 인물묘사로 정평이 나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재와 전개방식이 흥미롭다. 그의 소설이 사후 1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역사소설 종결자'로 불리지만, 그의 역사의식은 사실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단순하고, 우연의 일치는 너무 잦고, 탁월한 묘사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등 결함도 적지 않다. 그의 소설이 빅토르 위고의 소설보다 많이 읽혔지만 사후 국립묘지 팡테옹에 안치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던 2002년에야 프랑스 정부는 뒤마의 유해를 팡테옹에 안치했다.

최근 그의 소설 <검은 튤립>이 국내 첫 번역, 출간됐다. 버블경제를 설명하게 말하는 대표적인 사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을 둘러싼 이야기다.

17세기 네덜란드 귀족을 중심으로 튤립을 모으는 취미가 번지면서 튤립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게 됐고 결국 튤립 한 뿌리 가격이 대저택을 살 수 있는 정도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 사례는 경제학계에서 버블의 시초로 통한다. 소설은 프랑스 루이 14세가 네덜란드 패권을 장악하면서 시작된다.

국운이 쇄하던 시절 총리 가문의 대자(代子)인 청년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룰루는 당시 유행했던 튤립재배에 매진한다. 원예협회는 검은 튤립을 만들어내는 자에게 상금을 걸고 판 바에를르는 검은 튤립을 피워 낼 소구근을 얻게 된다. 그의 라이벌이 그를 고발하면서 이야기는 버라이어티하게 진행된다.

'그는 읽고자 하는 욕구를 창조해 낸다.'

뒤마 소설에 보낸 빅토르 위고의 찬사다. 막장이든 치정이든 통속이든 대중이 어떤 책을 선택하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뒤마의 것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