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 중심 사상가들 저서·이론 정리 '정의로운 국가' 방향 모색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 1만 4000원

1. 연민과 갈등, 투쟁과 고통분담 같은 말은 연예인이 하느냐, 종교인이 하느냐, 정치인이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테레사 수녀가 말하는 평화와 리비아의 카디피가 내뱉는 평화가 동일한 맥락으로 읽힐 수 없는 것처럼 말은 말 자체보다 말이 발화된 환경, 컨텍스트를 감안해 들을 때 정확하게 파악된다. 문제는 언제나,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말하느냐다.

2. 한때 그는 경제학자였고, 운동가였고, 진보지식인이었고, 뛰어난 저술가였다. 그리고 이제 그는 정당인이자 정치인이다. 국회의원 낙선 후 자신을 '지식소매상'이라고 규정지으며 몇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포털사이트는 여전히 그를 정당인, 전 국회의원으로 소개한다. 신간 <국가란 무엇인가>가 꼭 20년 전 출간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과 동일한 맥락으로 읽힐 수 없는 이유다.

3. <국가란 무엇인가>는 국가에 관한 유시민식 책읽기다. 국가란 키워드를 통해 정리한 유시민식 세상읽기다. 앞서 소개한 <부자의…>가 아담 스미스부터 차례로 경제학자들의 계보를 추적하며 저자 나름의 경제관을 소개하고 있다면, 신간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부터 국가론의 계보를 통해 자신의 국가관을 정리하고 있다. 물론 이 방향은 붉은 띠지에 적힌 것처럼 '진보'자유주의를 향해 있다.

'이 책은 오늘의 시점에서 내가 찾은 대답이다. 이 대답이 옳을 수도 있고 옳지 않을 수도 있다. (…) 국가에 대해서는 절대적 진리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다만 사람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10페이지 서문)

총 9장에 걸쳐 국가의 주체, 계급지배의 도구, 애국심, 정치, 국가의 도덕적 이상 등에 관한 명저를 소개하고 주관적 방식으로 읽는다. 국가론에 관한 이전의 책들이 사상가를 중심으로 국가론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면 이 책은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4장),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5장)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사상가들의 저서와 이론을 정리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로크, 홉스, 마키아벨리, 마르크스, 아담 스미스, 하이에크, 소로 등 고전은 물론 김상봉, 박명림, 이남곡 등 국내 최근작까지 이 포섭 망에 들어 있다. 이 주관적 읽기를 통해 저자는 '정의로운 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나는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 내가 바라는 국가는 사람들 사이 정의를 수립하는 국가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국가이다. 국민을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하는 국가이다.' (맺음말 중에서)

저자의 국가관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국가주의자와 민족주의자와 자유주의자 모두에게 유효한 국가관일 것이다. 글은 글이 놓인 환경, 발화의 주체와 맥락과 시점에 따라 달리 읽힐 수 있고, 저자 또한 이를 모르는 바 아닐 터다. 경제학자이자 운동가이자 진보지식인이었던, 정당인 유시민 씨는 용산참사를 계기로 국가에 대한 고민과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고, 그렇게 쓰인 책은 4·27 재보궐 선거 닷새 전에 세상에 나왔다.

패션의 탄생
강민지 지음/ 루비박스 펴냄/ 1만 8900원

만화로 보는 패션디자이너의 역사. 티에리 에르메스, 루이 뷔통, 토마스 버버리 등 현대 패션의 전설이 된 디자이너 26인의 삶을 일러스트 만화로 옮겼다. 디자이너로 대표되는 현대 패션의 흐름과 패션 브랜드 성공 신화의 과정, 일화가 흥미롭게 소개된다. 패션잡지 일러스트레이터의 감각적인 그림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요즘 우울하십니까?
김언희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원(특별판)

일상적인 단어와 비속어를 자유자재로 섞어 노래하는 시단의 메두사, 김언희의 네 번째 시집. 총 3부로 나뉜 시집에는 낯설고 불편하고 매혹적인 시 68편이 실렸다.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 여기를 클릭/ 하십시오'(표제작 '요즘 우울하십니까?'). 해설 한 줄 없지만 마냥, '좋지 아니한가'.

고기, 먹을수록 죽는다
모비, 박미연 외 지음/ 함규진 옮김/ 현암사 펴냄/ 1만 1000원

채식주의자 열일곱 명이 육식의 폐해를 경고한 책. 채식에 관한 고만고만한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이 책이 눈에 띄는 건 참여 필자 때문. 미국의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뮤지션 모비와 동물보호활동가 박미연 씨가 함께 기획하고 프로 운동선수와 패션 디자이너, 농장주인 등 각 분야의 완전채식주의자 열다섯 명이 참여했다.

고기와 달걀, 유제품 섭취가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짚고 육식으로 침해되는 동물생명권, 대규모 축산업의 폐해를 지적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