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예술의 구조적 딜레마 해결 과정 보여줘

문화는 정치다
장 미셸 지앙 지음/ 목수정 옮김/ 동녘 펴냄/ 1만 4000원

MBC <나는 가수다>의 성공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가수 임재범. 대중은 그의 '미친' 가창력과 함께 경력 20여 년의 가수가 100만 원 안팎의 저작권료로 근근이 살아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대중가수의 처우가 이럴진대 순수예술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연극배우들은 보험설계사, 카페 서빙을 겸해야 생계를 이을 수 있고, 일부 중견 조각가는 일용직 노동자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

문화 영역에서 창작자로, 실연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감내해야 하는 굴욕은 우리 사회가 문화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정확하게 투영하고 있다.

예술인이 대중과 좋은 작품으로 만나는 것과 이런 문화공간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구조적 딜레마 속에서 예술작품과 예술인을 접해야만 한다.

신간 <문화는 정치다>는 문화강국 프랑스가 이 구조적 딜레마를 문화정치의 차원에서 해결하는 과정을 설명한 책이다. 사회당이 정권을 담았던 1981년, 프랑스의 문화가도 한껏 희망에 부풀었고 그들이 오랜 세월 꿈꿔왔던 모든 아름다운 생각이 실현될 듯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받아들인 신자유주의가 프랑스의 정치, 경제에 침투한다. 그리고 이들의 꿈은 미테랑 집권을 마지막으로 종말을 고한다. 미테랑이 정권을 놓고 생을 마감한 1990년대 중반, 프랑스에는 수많은 문화정치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고 이 책은 그렇게 쏟아져 나온 책 중 하나다.

파리 8대학에서 프랑스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친 저자는 프랑스인들이 어떤 문화생활을 하며 프랑스 정권이 어떤 정책을 펼쳐왔는지를 기록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현대에서 문화의 개념(1장), 1990년대 프랑스 문화예술 생활에 대한 진단(4장), 유럽의 다른 문화 비교(5장), 문화정치 쟁점 비교(6장) 등이다.

저자는 오늘날 프랑스 문화정책의 근원을 제1제정의 문화정책에서부터 찾는다. 프랑스는 문화를 정치 과제로 여기고 시행해 왔다는 것이다. '2장 국가와 문화의 관계'에서는 이런 역사가 자세히 기술돼 있다. 제1제정부터 제4공화국 동안 주요 기틀을 세운 문화정책과 그 결과를 소개한다.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왕성하게 문화정치적 실험을 하고, 그로 인해 수 많은 이론서와 토론, 공방이 벌어진 시기가 미테랑 집권 시기(1981-1995)다. 3장 제5공과정의 문화정치에서는 미테랑 집권 시기의 문화정치를 소개한다.

'문화정체성의 필요성은, 점점 더 원자화돼 가는 개인들의 공동체가 강력히 요구하는 소속에 대한 의지에서 나온다. 말하자면 문화 소비와 정부의 개입주의의 원동력이며, 지역주의와 프랑스어 보호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문제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와 문화가 유기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 주축이 되며, 전통과 창작이 함께 그 위에 어울려 작업할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회적인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48페이지)

어떤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중이 문화를 공공서비스로 받아들이게 됐는지, 이런 정책을 통해 시인, 배우, 화가가 사회에 중요한 정신적 자산을 제공하고 인식하게 됐는지, 그 인식은 어떤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실천되는지, 이 책은 그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빙하와 어둠의 공포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지음/ 진일상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 원

오스트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크리스코프 란스마이어의 장편소설. <최후의 세계>(1988)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는 이 작품에서 북극 탐험대와 그 탐험대의 궤적을 뒤쫓다 사라진 청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청년의 노트 발견을 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의 내래이션이 다층적 구조를 이루는 소설은 19세기 실존했던 탐험대의 기록과 항해일지를 활용해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불안의 시대
기디언 래치먼 지음/ 안세민 옮김/ 아카이브 펴냄/ 2만 원

'나는 이 책에서 국제 정치시스템이 위험스러운 불안정과 의미심장한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 책은 1978년 중국개방부터 대처와 레이건의 등장, 베를린 장벽 붕괴,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미국 패권시대, 세계화와 9.11테라, 2008년 경제위기 이후까지의 '불안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정치적 격변기의 전환시대를 강대국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세계화 시대를 맞았는지를 통해 불안의 시대 해법을 전하고 있다.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 표류기
최두찬 지음/ 박동욱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2만 원

조선 후기 학자 최두찬의 중국 강남 표류기. 최두찬은 1819년 제주 대정현의 현감이 된 장인의 청으로 그해 5월 제주도로 간다. 1년 동안 제주도를 두루 보고 1818년 4월 귀향선에 몸을 실었으나 도중에 큰 풍랑을 만나 16일 동안 표류하다 중국의 강남 지역에 발을 디뎠다.

이 책은 최두찬이 제주도에 있을 때 지은 시편을 비롯해 16일간 바다에 표류한 상황, 이후 중국과 여러 나라의 풍속과 산천을 겪은 이야기를 엮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