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어린 시절부터 잡지 창간까지 미국대중문화 변화상 그려

미스터 플레이보이
스티븐 와츠 지음/ 고정아 옮김/ 나무이야기 펴냄/ 2만 5000원

'바니걸스'의 누드 화보, 프랑스 요리 비평 칼럼, 필립로스의 단편. 이 모든 것이 한 권에 담긴 잡지가 있다. 1950년대 청교도 미국사회에서 태어나 세계 대중문화의 판도를 바꾼 <플레이보이>다.

흔히 사람들은 <플레이보이>하면 싸구려 누드 잡지를 떠올리지만, 이 안에 최신의 라이프기사와 철학담론과 1급 작가들의 문학작품이 실렸다. 남성의 모든 상상력을 공략하라. 성(性)과 지(智), 계급지향성과 윤리성까지 남성의 모든 허영심을 건드리는 이 잡지는 대중잡지의 바이블이 됐고, 2000년대 이후 출간되는 국내 라이선스 남성잡지의 편집기준이 됐다.

물론 성에 관한한 앞에서 보수적이고 뒤에서 진보적인 '한국적 정황'에서 시원한 누드 화보가 글자포인트 7, 빡빡한 섹스칼럼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신간 <미스터 플레이보이>는 잡지 <플레이보이>의 창업자 휴 헤프너의 평론이다. 책은 그의 어린시절부터 잡지를 창간하기까지 배경, 잡지 편집의 변화상과 미국 대중문화 변화상을 시간순서로 보여준다.

그는 보수적인 미국사회에서 잡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모토로 <플레이보이>를 창간했고, <플레이보이맨션>과 <플레이보이클럽>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풍요 속에 커지는 놀이에 대한 대중의 욕망은 전통적 노동의 요구를 넘어섰고, 경제불황과 전쟁에 시달린 젊은 미국인들은 즐거움을 누리고 멋진 인생을 살기 원한다.

그때 태어난 것이 잡지 <플레이보이>다. 1953년 창간한 잡지는 휴 헤프너를 세계적 문제아이자 거물로 만들다. 그는 플레이보이 제국을 만들며 대중문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잡지가 '싸구려 저질'의 옐로 페이퍼로 추락하지 않은 것은 그 안에 담긴 수준 높은 칼럼 덕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1960년대 초 내내 <플레이보이>는 문학적 명성을 높이는 뛰어난 단편소설을 실었다. 아서 C. 클라크, 레이 브래드베리 같은 기존 작가에 브루스 제이 프리드먼, 어윈 쇼, 필립 로스, 존 르 카레 같은 신예작가들이 결합했다.

헨리 밀러, 파블로 피카소, 버트런드 러셀 같은 저명한 예술가와 작가들도 잡지의 지면을 장식했고, 앨프레드 캐진과 레슬리 필더 등이 도발적인 문화비평을 제공했다.(…)인도 총리 자와할랄 네루,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 노동지도자 지피 호파, 팝 스타 비틀스가 모두 <플레이보이 인터뷰>에 나왔다.' (227페이지)

물론 상업 잡지는 독자들의 고정관념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자극하면서 이윤을 추구한다. 예컨대 '성 해방'이란 그럴듯한 명분 아래 <플레이보이>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페미니스트들의 비판과 경멸은 그럴듯한 지적이다.

이에 휴프너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의 성적 자유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고 말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거정황에 비추어 이는 다분히 이율배반적 변명이다.

'누군가의 아내거나 장모인데 실수로 이 잡지를 집었다면, 사랑하는 남자에게 건네주고 <레이디스홈 컴패니언>으로 돌아가라.' (<플레이보이>창간선언문)

<플레이보이>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들은 이 잡지가 '생각보다 싸구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평론은 이 관점에서 시작한다. 책의 미덕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상업잡지는 기실 자본주의 속 인간의 욕망을 밑천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구조를 은폐, 강화시킨다. <플레이보이>가 만든 신화의 진정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고전탐닉
허연 지음/ 마음산책 펴냄/ 1만 3000원

일간지 '매일경제'에 2010년 4월부터 매주 연재된 코너 '허연의 명저 산책'을 묶은 책. 4000여 권의 책을 읽은 20년차 출판 전문기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서양 대표 고전을 읽어낸다. 플라톤, 공자에서 미셸 푸코, 토머스 쿤 등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며 문학, 철학,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 56권을 엄선해 소개했다.

자기만의 방
정민우 지음/ 이매진 펴냄/ 1만 7000원

버지니아 울프의 독립선언이 아니다. 제목인 '자기만의 방'은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88만 원 세대의 서글픈 현실을 압축하는 말이다. 저자는 사회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의 삶을 고시원이란 렌즈로 조명한다.

고시원에 거주한 10명의 젊은이들을 만나 고시원 생활, 각자의 주거사, 집에 관한 꿈 등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들었다. 참여관찰 기록과 함께 한국 사회 주거, 고시원 형성과 현황에 관한 세밀한 연구도 보탰다.

9ㆍ11의 희생양
마이클 웰치/ 박진우 옮김/ 갈무리출판사 펴냄 /1만 9000원

비판범죄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마이클 웰치의 신간. 저자는 "9ㆍ11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매우 정치적인 제스처게임"이라고 말한다.

이 제스처 게임은 거짓위안을 주고 공포심을 경감시켜 준다는 것. 미국 정부는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 낸다. 웰치는 미국 안팎의 사람들이 모두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 증오범죄와 국가범죄에 대한 설명을 다양한 사례와 설명으로 명쾌하게 해석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