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바위수국

오랜만에 울릉도에 다녀왔다. 울릉도를 향하는 마음은 언제나 울렁울렁, 두근두근이다. 뭍에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 그저 그리워만 할 수밖에 없는, 울릉도에만 살고 있는 풀과 나무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이즈음엔 그 섬에 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울릉도에만 살고 있으니 이름 앞에도 '섬'자가 붙은 섬초롱꽃, 섬말나리, 섬노루귀, 섬기린초 등등. 섬노루귀는 이미 꽃이 지고 까만 씨앗이 달려 있었지만, 다른 꽃들은 모두 구경을 했으니 눈으로 크게 호사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울릉도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바위수국이었다. 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가거나 혹은 절벽 같은 바위를 덮어가며 자라며 활짝 피어 있는 바위수국. 이 식물은 어둑한 숲 속마저 환하게 느껴질 만큼 아름답고 신선했으며 다른 어떤 식물들에게서 만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바위수국은 범의귀과에 속하는 덩굴성, 낙엽성 나무이다. 줄기에서 기근이 나와 다른 나무의 줄기나 바위에 붙어가며 올라가서 자란다. 그 줄기는 10m씩 이어진다고 한다.

다른 나무줄기에 이 나무가 붙는데 줄기에는 싱그러운 초록 잎새가 무성하고 쟁반만한 꽃차례들이 펼쳐진다. 상상해 보라. 파도가 넘실대는 동해를 건너 우뚝 선 화산섬 울릉도 원시림에 무성한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며 자라고 있을, 그리고 한창 피고 있을 그 모습을.

심장 모양을 닮은 잎들은 서로 마주 달리지만 어차피 나무를 감고 올라가 잎의 배열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가장자리에 치아 모양의 예리한 톱니들은 무엇인가 예민하고 섬세한 느낌을 준다.

한창 피고 있는 꽃들이 정말 멋지다. 사실 꽃 한 송이 한 송이는 매우 작은데 이 작은 꽃들이 한 뼘이 넘게 큼지막한 꽃차례를 원반처럼 만든다.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새하얀 잎새 모양의 꽃받침으로 그 어떤 나무나 풀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마치 꽃잎처럼 보이는 이 꽃받침이 발달한 꽃들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줄 곤충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한 나무들의 장치인데 보기에도 참 좋다.

이 아름다운 나무는 울릉도 이외에 제주도와 남쪽의 섬에서도 볼 수 있다. 이즈음 숲에 가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큼직하고 풍성하다. 주변에 함께 자라고 비슷한 모양의 덩굴나무 가운데 등수국도 있는데 등수국은 잎 모양의 꽃받침이 아니라 네 갈래 꽃잎 모양이어서 전체적인 모습은 비슷하지만 구분이 가능하다.

도시에 나무를 심고 키울 땅이 부족하니 덩굴식물에 관심들이 많다. 그래서 매우 훌륭한 조경 소재가 될 수 있는데 자생지의 특성을 볼 때 겨울을 나는 게 문제이다. 이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보다 많은 곳에서 이 아름다운 나무 구경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