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눈개승마

숲 속에 사는 승마집안 식물들이 꽃을 피우면 그 숲이 환해진다. 아주 자잘한 꽃들이 모여서 이러저리 갈라진 크게 보면 원추형의 꽃차례를 큼직하게 형성한다.

여름이 시작할 때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여름 내내 볼 수 있어 정말 밝고 아름답고 유용한 우리 풀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눈개승마의 계절은 이미 이른 봄에 시작된다. 첫 봄에는 눈 속을 뚫고 새순을 올려보내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봄이 무르익으면 정말로 맛있는 나물로, 그리고 여름이면 풍성한 꽃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눈개승마는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사실 이 풀을 보고 장미과를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장미과 식구들은 화려하고 큼직한 꽃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눈개승마처럼 자잘한 꽃들이 모여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식물의 집안은 꽃의 크기나 색깔이 아닌 꽃이나 열매가 가지는 구조의 특징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지름 3mmm 내외의 작은 눈개승마 꽃들을 들여다 보면 다섯 장의 꽃잎 등 이 집안 특징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점이 또 있는데 바로 다른 장미과와 달리 안꽃과 수꽃이 따로 달린다는 점이다. 수꽃에는 많은 수술이 꽃잎보다 길게 많이 있고, 암꽃에는 서너 개의 암술을 볼 수 있다.

울릉도에 가면 숲에도 지천이고, 밭에도 지천이며, 식당마다 이런저런 메뉴에 지천인 삼나물이라고 불리는 풀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눈개승마다, 사실 삼나물이라는 이름은 이 식물의 잎이 인삼을 닮아서 그리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잎의 모양은 다르다. 잎이 깃털 모양으로 두 번 혹은 세 번 갈라져 달걀형의 가장자리에 결각이 있는 작은 잎을 달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 울릉도에는 사람의 명(命)을 살였다는 명이나물 즉 산마늘이 유명하였고, 부지깽이나물이라고 불리는 섬쑥부쟁이가 흔하였는데 지금은 단연 이 삼나물, 즉 눈개승마가 압도적이다.

어린순을 데쳐 무쳐먹기도, 기름에 볶아먹기도 하고 나물비빔밥이나 부침개 등등 다양하게 이용하는데 그 풍미가 쫄깃하니 소고기를 닮았고, 더욱 싱싱하여 좋은, 매우 뛰어난 나물이라는 것이다. 울릉도에만 자라는 식물은 아니고 여러 곳에 비교적 높은 지역에 분포한다.

반그늘에 부엽토층이 두터운 좋은 땅에서 잘 자라므로 이러한 조건이 맞는 곳에서는 울릉도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재배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동북지방의 조선족 동포들도 이 나물을 먹는데 쉬나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는 곳이 변하고 말이 바뀌어도 입맛이 그대로인 것은 한 민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관상적인 측면에도 매우 훌륭하다, 어린 순일 때 잘라내지 않고 남은 포기들은 밭에서 그대로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내며 더없이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 내어 그대로 또 하나의 자원이 되는 듯 하다. 개화기가 긴 것도 큰 장점이다.

한방에서도 사용되는 수렴, 해열작용이 있어 타박상이 있거나 몸살이 나서 근육통이 올 때 좋다고 한다.

눈개승마의 가치는 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것인데, 이땅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또 어떤 풀들이 있는 것일까. 선조들의 지혜에서 힌트를 얻어 그 가치를 찾아내는 일도 우리가 할 일 중에 하나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