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너도밤나무

유럽의 숲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무는 너도밤나무이다. 계절별로 이야기하는 숲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 때도 그렇고 초지가 끝없이 펼쳐지는 그런 공간에 아름드리 커나란 나무들이 서서 그늘을 만드는 일도 대부분은 너도밤나무이다.

어디 그뿐이랴 낭만적인 페치카 문화가 있는 서양에서 소리없이 가장 오랫동안 잘 타는 것도 너도밤나무 장작이고, 그 유명한 버드와이저 맥주의 풍미를 만들어내고 훈제 치즈의 향을 만들어 내는 나무, 특별한 드럼의 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 등등 문화 곳곳에 살아 있는 나무 역시 너도밤나무이다,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다 보니 가지가 늘어진 것, 일년내 보라색 잎새를 만들어 내는 등등 수많은 품종을 만들어 내며 관상수로써 가까이 심겨지는 나무 역시 너도밤나무인가보다.

그래서 서양의 예술속에도 많이 등장하여 시이든 소설이든 그림이든 혹은 노래이든 너도밤나무를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유럽을 여행할 때도 나무가 서 있는 풍광들이 인상적이이서 눈여겨 보면 어김없이 너도밤나무였던 기억들을 가지신 이도 있을 터이다.

물론 이 나무들은 우리의 너도밤나무와는 조금 다른 서양의 너도밤나무이다. 너도밤나무집안(屬)에는 세계적으로 열 종 정도가 속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너도밤나무만이 그냥 너도밤나무라고 불러도 무방한 나무이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하여 알고 있는 듯 싶은 나무인면서도 실제로 이 땅에서 너도밤나무 숲을 만나서 그 아름다움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아니 경험자체를 하기가 어렵다. 너도밤나무의 자생지는 울릉도이기 때문이다. 울릉도에 있는 너도밤나무중 성인봉과 태하령에 있는 원시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기도 할 정도이다.

한때 우리나라 울릉도의 너도밤나무와 일본에 자라는 종류가 같은 것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서로 차이점이 있는 다른 종이어서 울릉도의 너도밤나무는 전 세계에서 이곳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이기도 하다,

어릴 때 들어왔던 이야기 중에 왜 너도밤나무란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율곡 이이 선생이 노추산 이성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도인이 지나가다가 율곡 선생의 관상을 보더니 호랑이에 물려갈 팔자이며 이를 피할 방법을 물으니 밤나무천그루를 심으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율곡 선생은 밤나무 천 그루를 심었고,다시 찾아온 도인과 심어 놓은 밤나무를 하나하나 세기 시작하였으며 그 결과 천 그루에서 두 그루가 모자랐다.

약속과 달라 도인은 호랑이로 변하여 율곡 선생을 잡아가려고 하자 옆에 있던 나도밤나무가 "나도 밤나무"라고 소리쳤고, 그래도 모자라 난처해지자 나도밤나무가 옆에 있는 나무에게 "너도밤나무 잖아" 라고 말했기 때문에 밤나무 1,000그루를 심은 것이 확인이 되어 무사했다는 이야기이다.

율곡 선생의 비범함을 알리려 만들어진 이야기였겠으나 식물학적으로 너도밤나무는 이렇게 울릉도에만, 나도밤나무는 남부지방에만 자라는 분포가 다른 식물이긴 하다. 이래서 아는 것이 병이란 말이 나왔는가 보다.

너도밤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큰 키나무이고 달걀같은 잎은 어긋나고, 잎에는 9-13쌍의 측맥이 있으며, 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가을에 익는다. 우리도 너무밤나무 숲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싶다. 그 아름다운 나무그늘에서 여름을 나면 좋을 텐데.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