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기쁨, 슬픔, 사랑, 절망 등 구체적 상황으로 다시 태어나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8000원

"엄마, 배가 이상해요."
"매슥거려?"
"아녀, 매슥거리는 게 아니라 이상해요."

플래시백처럼 어린 시절이 기억날 때, 소름이 돋곤 한다. 어느 여름날 저녁, 꼬마였던 기자는 체한 배를 붙잡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이 체한 상태를 뜻하는 형용사가 '매슥거리다'는 걸 알았을 때, 그 말뜻에 공감하며 엄마와 소통해 소화제를 받았을 때, 또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각자의 개별적 감각을 사람들은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 걸까.

기쁨, 슬픔, 사랑, 절망은 개별적 인간이 겪는 감정이지만 구체적인 상황과 그 상황을 맞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우리는 이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다.

박형준의 신간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는 이 개별적 감정의 순간들을 담은 시집이다. 행복과 고통 같은 추상명사는 그의 시에서 아버지의 죽음(1부 '아버지의 죽음에 바치는 노래')과 사랑하는 여인(3부 '남은 빛') 같은 구체적인 상황으로 다시 태어난다.

'아버지 돌아가신 날/ 새 시집이 나왔다/ 평생 일구던 밭 내려다뵈는 무덤가/ 관 내려갈 때 던져주었다' (12페이지, '시집' 중에서)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 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179페이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중에서)

당연한 말이지만 기쁨과 슬픔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발생하는 반사반응이 아니다. 때문에 섬세한 이들은, 이를테면 시인 같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나는 너의 기분을 이해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시인 박형준은 시가 쓰인 시절의 상황과 그 상황을 맞았던 화자의 기억만을 담아낸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말만을 쓴다. 이 개별적 감정과 기억의 고리는 또 다른 감정의 주체, 미지의 사람들을 향해 열려있다.

이것이 이 시집의 미덕이다. 우리가 인간인 사실이 경이로워지는 순간은 우리 감정의 개별성과 보편성을 공유할 때이니까.

'내 시는 사람의 편에 서 있을 것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을수록 윤기 나는 것이 시(詩)이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작고 소소한 감정, 그것으로 사람과 만나는 시를 묵묵히 쓰고 싶다.' (시인의 말)

아티스트 신드롬
오노 사키코 지음/ 엄광현 옮김/ 사문난적 펴냄/ 1만 3000원

90년대 초반 일본 기획사에서 이미지 컨셉트에 맞춰 스타의 행동과 말투를 만든다는 사실이 방송됐을 때, 사람들은 별세계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신기해했다.

20년이 지나 그 말은 사실이 됐고 우리 사회 역시 일본과 비슷한 대중문화 시스템을 갖게 됐다. 이 책은 일본의 아티스트 신드롬 현상을 미학적, 예술사적 지식을 통해 재조명했다. 90년대 일본사회 현상이지만, 이 신드롬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를 반추해 볼 수 있다.

중독
성커이 지음/ 허유영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1만 3000원

중국 작가 성커이의 첫 장편소설. 90년대 중국의 경제성장이 발전하는 시기 경제특구를 배경으로 한 네 남녀의 이야기다.

남편과 새로운 남자, 첫사랑. 이들과 함께하면서 주인공 줘이나가 갈망하는 것은 부유하거나 성공한 삶이 아니다. 자신에게 숨어 있던 성적 욕망을 발견하며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못한 그녀는 완전한 사랑을 찾으며 방황한다.

게임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고평석 지음/ 한얼미디어 펴냄/ 1만 2000원

한때 모바일 게임회사 '지오스큐브'를 운영했던 저자가 게임 폐해의 실상을 고발한 책. 저자는 게임의 핵심에 다가갈수록 아이들에게 미치는 해악으로 회의에 젖고, 이 산업이 미래의 스타 산업으로 불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책에서 직접 자신을 게임 중독 실험 대상으로 삼아 변화 과정을 기록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