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적 리얼리즘, 능청스런 풍자로 굴곡진 인도사 소개

한밤의 아이들 1·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펴냄/ 각 권 1만 4000원

인도 태생의 작가 살만 루슈디는 14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영어로 작품을 쓴 덕분에 영어권작품에 수여하는 부커상을 세 차례나 받았고, 2007년 기사작위(Knighr Bachelor)에 서임되기도 했다.

그의 정체성은 인도와 영국에 걸쳐 있고 그의 소설 역시 신화와 환상과 현실이 혼합된 마술적 리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 기법에 발붙이고 있다.

전자(마술적 리얼리즘)가 '아라비안 나이트'로 대표되는 동양의 고전에 속한다면 후자(포스트모더니즘)는 서구의 현재를 드러내는 말이리라.

이번에 번역, 출간된 <한밤의 아이들>은 1980년 발표된 그의 두 번째 소설로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앞서 소개한 세 차례의 부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의 최고작으로 꼽힌다. 영어 원제는 'midnight children' 이고, 국내에선 '자정의 아이들'이란 이름으로 책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혀왔다.

이번에 '한밤의 아이들'이란 제목을 달고 번역본이 출간되기 2년 전, 이미 노버트 쉴러의 <살만 루시디와 자정의 아이들>(동인 펴내)이란 책이 번역 출간됐을 정도니까.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과 같은 소설에서 주제를 빌린 이 소설은 생생한 익살과 풍자, 정교하게 설계된 힘이 넘치는 위트로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나는 브라간사 피클공강의 피클부장 살리 시나이로 인도가 독립을 선언한 1947년 8월 15일 0시 정각, 그러니까 한밤에 태어나 이제 곧 서른한 살을 맞는다. 나는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자서전을 쓰고, 이제부터 삶을 서른개의 피클병에 담으려 한다. 요컨대 피클처럼 기억도 시간의 부패 작용을 이겨내기 위해서.

작가는 이 자서전을 통해 인도의 현대사를 담아낸다. 살림의 외할아버지 아담 아지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919년 잘리안왈라 바그 학살사건, 인도 독립운동, 1947년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리 독립,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과 파키스탄 내전 등 굴곡진 인도사가 주인공 살림의 시선으로 소개된다.

'30개의 피클'이란 비유처럼, 소설은 어떤 유기적 관계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읽는 독자가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 소설가 김연수도 이 책 추천사 첫 문장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고 썼으니까. 작가는 종종 의도적으로 병렬시킨 요소들에서 독자가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이 소설 속에 중요한 유기적 플롯 장치를 심어놓았다.

모두 30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각 장에 담긴 이야기와 그 제목을 피클공장 요리사인 살림을 통해 피클병으로 환치한다. 작가는 마술적 리얼리즘, 영화같은 감각적 이미지, 능청스런 풍자를 밑천삼아 한 편의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시대의 창 펴냄/ 1만 3800원

20세기를 대표하는 양심적 지식인 촘스키. 그는 영국 사상가 러셀 타계 1년 후인 1971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두 차례 추모 강연을 한 바 있다. 이 강연에서 촘스키는 러셀이 추구한 지식과 자유의 문제를 재해석한다.

세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번혁하고자 한 것, 그것이 철학자 러셀이 한 일이라는 것. 저자 강연 30년 후 재출간된 이 책은 현재도 유효하다.

그녀가 보인다
김선재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만 1000원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소설 부문)을 받고 문단에 나온 신인 작가 김선재의 첫 소설집. 9편의 단편에서 작가는 간결하고 차분한 문체로 깊은 호소력을 드러낸다.

아내인 안네와 연인인 안나 사이에 끼인 남자 이야기를 담은 '독서의 취향', 불임 선고받은 남자가 임신한 아내를 바라보는 심경을 그린 '최선의 방어' 등이 실렸다. 2007년 현대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한 작가는 소설 곳곳에서 시적인 문장과 비유, 날카롭고 파격적 이미지를 선보인다.

현대 한국정치
손호철 지음/ 이매진 펴냄/ 3만 5000원

진보적 정치학자 손호철의 한국정치 연구서. 모두 6부 31장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정치를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한 총론부터 1945년부터 2011년까지 각 시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쟁점을 포괄하며, 시기상으로는 해방 8년사부터 최근 진보 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합정치 구상인 진보대통합까지 아우르고 있다. 9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은 풍부한 이론적 내용과 함께 60여 년 한국 근현대사를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